2010년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2012년 한·미 해병대는 경북 포항에서 현대전 개념에서 예외적인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으로 응수했고, 이에 북한은 노동미사일을 사정거리 1300㎞에서 600㎞로 줄여 동해로 발사했다. 2013년 7월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미사일을 실은 부대가 행진을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사드 배치의 기원
사드 배치의 기원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정세를 살펴보면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저비스가 말한 ‘안보 딜레마’ 개념이 떠오른다. 안보 딜레마란 자신의 방어를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군사조치가 상대방에게는 새로운 공격신호로 인식되어 대응조치를 하게끔 만드는 현상이다. 나의 안보를 증진시키기 위한 군사적 조치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다른 군사조치를 하도록 강요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안보가 더 악화된다.
해병대의 저항?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으로 얼룩진 2010년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있고 나서 한·미 군사당국은 바다에서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2년부터 ‘쌍룡훈련’으로 불리는 대규모의 해병대 상륙훈련을 경북 포항 일원에서 실시한다. 그런데 이 훈련은 여러모로 이상한 훈련이었다. 전쟁 초기에 항공작전으로 적을 완전히 제압하여 통로를 만들고 신속하게 지상이나 공중에서 병력을 투입하는 현대전과 달리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바다로부터의 상륙작전은 21세기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전투라는 걸 기억한다면 도대체 21세기의 미국이 이런 대규모 상륙작전을 연습하는 배경 논리가 무엇이었을까?
더 이상한 것은 쌍룡훈련이 시작된 2012년은 한·미 양국이 해병대 병력의 대대적인 감축을 계획하던 때라는 점이다. 2012년 1월 미 국방부가 새 국방전략지침에서 약 10만명의 지상군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 해병대 19만명을 15만명으로 20% 감축하기로 했다. 한국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2만7000명의 해병대 병력을 2020년에 2만300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던 터였다. 병력 감축으로 조직의 위기에 직면한 한·미 해병대는 평소에 했던 상륙작전이라도 중지했을 법한데, 거꾸로 평소에 안 하던 훈련을 했다. 이것이 필자의 눈에는 일종의 ‘저항’처럼 비쳤다. 여기에는 해병대가 북한에 대한 효과적 압박 수단이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하는 조직의 자기방어 논리가 도사리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얼마든지 쌍룡훈련을 무시하거나 그 배경을 시간을 두고 검토할 만했다. 이미 우주와 공중에서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순항미사일로 정권의 핵심부가 타격되는 상황에 직면한 북한에는 미국이 대규모 전단에 엄청난 병력을 싣고 와서 하는 상륙작전을 대비할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해병대가 위협적이라 해도 이것이 과연 북한이 가장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할 사안이었는지 따져볼 만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미 연합군이 동해 바다에서 밀고 들어올 것으로 믿고 불안해진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참가하는 대규모 반상륙작전을 2013년부터 진행한다. 그해 3월 한·미가 쌍룡훈련을 실시하는 시기에 맞춰 북한은 “적 상륙 집단을 해상에서 타격 소멸하는 훈련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한미 연합군이 상륙하기 전에 해상에서 북한 포병이 방사포(다연장로켓)를 동원하여 일제사격으로 상륙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불안했는지 2014년 3월에 북한이 2발을 발사한 1300㎞ 사정거리의 노동미사일은 서해 인접 내륙에서 발진하여 북한 영공을 가로지르며 동해 쪽으로 600여㎞를 비행했다.
노동미사일을 사격하는 고각인 40도가 아니라 70도까지 높여 사거리를 600㎞로 줄이는 이 새로운 전술은 여러모로 이상했다. 탄도미사일은 애초 개발된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비행 제어와 유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탄두가 낙하할 때 대기권 진입 각도가 수직에 가깝게 더 가파르게 되면 공기저항으로 인한 열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탄두를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장애요인이 발생하여 탄도미사일에 애초 기대된 효용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발사각을 높이면 자세 제어가 어려워 정확도가 떨어지며 긴 비행시간으로 요격될 위험도 크다. 북한이 그 귀한 자원을 이런 방식으로 발사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은 이런 시험을 한 것일까?
북한은 2014년 한해에만 각종 장사정포와 미사일을 111발이나 동해에 퍼부었다. 북한은 한국에서 ‘KN-01’로 불리는 사정거리 100㎞의 실크웜과 같은 지대함미사일(지상에서 해상 함정을 공격하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 전력만으로 대규모 상륙작전을 차단한다는 건 역부족이다. 다급해진 김정은은 북한이 가진 모든 화력을 바다에 일제사격으로 퍼부어대는 대규모 훈련으로 응수했다.
이런 북한의 이상한 훈련은 바다로부터 상륙을 차단하기 위한 자기방어의 전술을 시험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만도 했다. 그러나 이것을 새로운 공격신호로 인식한 당사자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다. 그는 2014년 6월에 북한이 “발사 고각을 높여 사거리를 줄이는 새로운 전술은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타격하려는 의도”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본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요격 체계의 한국 배치를 요청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이제껏 한·미의 북 핵미사일 대책기구인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한번도 고려된 바 없는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의 자기방어를 위한 군사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언급에 당시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전혀 검토된 바 없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2012년 한·미 해병대의 ‘쌍룡훈련’
북한의 공중을 장악한 상황에서
상륙훈련은 여러모로 이상했다
북한은 동해에 장사정포 등 퍼붓고
이상하게도 노동미사일 사거리 줄여 노동미사일 발사고각 높인 전술에
주한미군 사령관 “사드 배치해야”
의미 두지 않던 이들도 찬성했다
방어조처를 공격신호로 해석한
‘안보 딜레마’ 빠진 건 아닌가 북한이 남한에 노동미사일 쏜다는 의미는? 이미 단거리 스커드 B(300㎞), C(500㎞), ER(600㎞) 1000기를 보유한 북한이 굳이 50발밖에 없는 노동미사일을 무리하게 발사 고각을 높인 뒤 사거리를 600㎞로 줄여 한국에 발사할 이유가 없다. 남한에 핵미사일을 발사한다 하더라도 탄두 중량이 1t에 육박하는 스커드미사일이 훨씬 유력한 데 반해 탄두 중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미사일은 위력도 낮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상한 노동미사일 발사 시험은 북한의 해상방어를 위한 단 한번의 시험에 불과했던 것으로 얼마든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고, 실제로 우리 국방부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사령관의 거듭된 언급에 의해 이러한 판단이 뒤집혀 이제는 북한이 예전에 없던 새로운 공격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역전되었다. 정말로 남한을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공격하는 상황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북한이 우리의 수도권을 타격하려면 단거리나 장사정포 미사일을 동원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노동미사일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이 도달할 수 없는 한반도 남단의 핵발전소나 항만을 표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유사시 미 증원군이 한국에 전개되는 부산이나 대구공항과 같은 곳에 노동미사일을 투하하여 증원군이 전개되는 걸 지체시키면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만일 이런 전술을 계획한 것이라면 최근 검토되는 사드는 수도권 방어보다 대구나 부산 인근에 배치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반발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 급기야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를 검토하는 한·미 양국에 의해 이제 사드는 수도권 방위에 필수적인 무기체계인 것처럼 확대되고 과장되었다. 수도권 방어에 사드가 별 효용이 없다는 것은 한·미 양국 정부 내에서 널리 퍼져 있던 하나의 상식이었다. 우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 방어의 핵심 무기인 사드와 이지스함에 배치되는 스탠더드미사일(SM-3)에 대해 다 같이 “한반도 방어에 실효성이 없는 무기”라고 일찌감치 배제하고 있었고, 지난해 4월의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도 “한국에서는 미사일 방어가 효용성이 낮다”며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4월 방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아직 생산 중인 사드는 해외에 배치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말로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터였다. 이처럼 한국 방어에 있어 비합리적인 사드의 돌연한 한국 배치 검토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 당사자는 중국 정부였다. 때마침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공세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인 한국의 평택, 대구, 부산에 배치되는 사드는 유사시 중국의 억제력을 무력화하면서 중국 본토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기 위한 일종의 공격신호라고 해석했다. 어차피 한·미·일이 미사일 방어를 위한 군사공조를 강화하는 마당에 한국에 사드 요격체계가 하나 더 배치된다고 해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이 크게 와해될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무시할 만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필자가 베이징을 방문한 2015년 4월에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비롯한 중국의 모든 언론은 하루 종일 한국에 미국의 사드 배치 검토 사실을 방영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정책 자문위원이며 시진핑 주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 칭화대학의 옌쉐퉁 교수는 필자에게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국의 사드 배치론에 고무된 중국 국방부가 시진핑 주석에게 “앞으로 3년간 400억달러씩 국방비를 증액하여, 지금의 1200억달러인 중국의 국방비를 3년 뒤에 2배인 24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는 이야기다. 늘어나는 국방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미사일과 감시 자산인 군사위성, 정찰기, 해상 전력에 집중된다는 이야기다. 그의 주장은 1년 뒤인 2016년 지금에 이르러 대부분 현실이 되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포착한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 31A’와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 21D’를 증강하고 유사시 한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자 한반도는 남북한의 군사적 갈등에서 시작된 군사적 대치가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갈등으로 도약하는 국제전의 양상으로 전환된다. 대화와 협력이 딜레마 부순다 이상이 한반도에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로부터 핵·미사일로 이어지는 비합리적인 군비경쟁의 양상이다. 여기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대부분 상대방의 방어적 조치를 자신에 대한 공격신호로 해석하는 잘못된 신호체계의 문제임이 드러난다. 국제정치에서 안보 문제는 실제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의 불확실한 의도를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해석의 문제’로 환원된다. 국가는 언제나 안보 문제에 있어 “나만 손해 보는 것 아닌가”, “내가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 “나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심리에서 상대방의 방어적 조치에 불과한 군사행동까지도 공격신호로 과대하게 해석하고 대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신호체계의 혼란은 국가 간에 공동의 위기관리 기구나 안보대화 기구, 또는 비슷한 제도만 있다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게 곧바로 한국 사드를 위한 한·미 간 실무약정이 체결될 것 같던 분위기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북한 제재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합의해버리자 주춤거리고 있다. 2월23일에 미국은 케리 장관의 방중 기간에 한·미 국방부 간에 진행되던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한 실무약정을 위한 회의를 일방적으로 연기해버렸다. 대화 중에 미국이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야 할 외교적 필요가 생겨나자 미국은 주저없이 사드 배치 논의를 중지시켰다. 이 점이 바로 국제정치에서 안보 딜레마를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오직 대화와 협력만이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여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이후 남북관계에서도 적용되어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김종대
▶ 김종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할 말은 하는 군사전문가. 1993년부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과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방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과 별들의 암투를 지켜봤다. 권력과 군대가 독점하는 안보가 아닌 ‘진짜 안보’를 지향한다.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의 공중을 장악한 상황에서
상륙훈련은 여러모로 이상했다
북한은 동해에 장사정포 등 퍼붓고
이상하게도 노동미사일 사거리 줄여 노동미사일 발사고각 높인 전술에
주한미군 사령관 “사드 배치해야”
의미 두지 않던 이들도 찬성했다
방어조처를 공격신호로 해석한
‘안보 딜레마’ 빠진 건 아닌가 북한이 남한에 노동미사일 쏜다는 의미는? 이미 단거리 스커드 B(300㎞), C(500㎞), ER(600㎞) 1000기를 보유한 북한이 굳이 50발밖에 없는 노동미사일을 무리하게 발사 고각을 높인 뒤 사거리를 600㎞로 줄여 한국에 발사할 이유가 없다. 남한에 핵미사일을 발사한다 하더라도 탄두 중량이 1t에 육박하는 스커드미사일이 훨씬 유력한 데 반해 탄두 중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미사일은 위력도 낮다. 그렇다면 북한의 이상한 노동미사일 발사 시험은 북한의 해상방어를 위한 단 한번의 시험에 불과했던 것으로 얼마든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고, 실제로 우리 국방부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사령관의 거듭된 언급에 의해 이러한 판단이 뒤집혀 이제는 북한이 예전에 없던 새로운 공격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역전되었다. 정말로 남한을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공격하는 상황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북한이 우리의 수도권을 타격하려면 단거리나 장사정포 미사일을 동원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면 노동미사일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이 도달할 수 없는 한반도 남단의 핵발전소나 항만을 표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유사시 미 증원군이 한국에 전개되는 부산이나 대구공항과 같은 곳에 노동미사일을 투하하여 증원군이 전개되는 걸 지체시키면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만일 이런 전술을 계획한 것이라면 최근 검토되는 사드는 수도권 방어보다 대구나 부산 인근에 배치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반발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 급기야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를 검토하는 한·미 양국에 의해 이제 사드는 수도권 방위에 필수적인 무기체계인 것처럼 확대되고 과장되었다. 수도권 방어에 사드가 별 효용이 없다는 것은 한·미 양국 정부 내에서 널리 퍼져 있던 하나의 상식이었다. 우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미사일 방어의 핵심 무기인 사드와 이지스함에 배치되는 스탠더드미사일(SM-3)에 대해 다 같이 “한반도 방어에 실효성이 없는 무기”라고 일찌감치 배제하고 있었고, 지난해 4월의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도 “한국에서는 미사일 방어가 효용성이 낮다”며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지난해 4월 방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아직 생산 중인 사드는 해외에 배치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말로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터였다. 이처럼 한국 방어에 있어 비합리적인 사드의 돌연한 한국 배치 검토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 당사자는 중국 정부였다. 때마침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공세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인 한국의 평택, 대구, 부산에 배치되는 사드는 유사시 중국의 억제력을 무력화하면서 중국 본토에 대한 선제공격을 하기 위한 일종의 공격신호라고 해석했다. 어차피 한·미·일이 미사일 방어를 위한 군사공조를 강화하는 마당에 한국에 사드 요격체계가 하나 더 배치된다고 해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이 크게 와해될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무시할 만도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필자가 베이징을 방문한 2015년 4월에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비롯한 중국의 모든 언론은 하루 종일 한국에 미국의 사드 배치 검토 사실을 방영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정책 자문위원이며 시진핑 주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는 칭화대학의 옌쉐퉁 교수는 필자에게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국의 사드 배치론에 고무된 중국 국방부가 시진핑 주석에게 “앞으로 3년간 400억달러씩 국방비를 증액하여, 지금의 1200억달러인 중국의 국방비를 3년 뒤에 2배인 24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는 이야기다. 늘어나는 국방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미사일과 감시 자산인 군사위성, 정찰기, 해상 전력에 집중된다는 이야기다. 그의 주장은 1년 뒤인 2016년 지금에 이르러 대부분 현실이 되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포착한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 31A’와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 21D’를 증강하고 유사시 한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자 한반도는 남북한의 군사적 갈등에서 시작된 군사적 대치가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갈등으로 도약하는 국제전의 양상으로 전환된다. 대화와 협력이 딜레마 부순다 이상이 한반도에서 북한의 재래식 무기로부터 핵·미사일로 이어지는 비합리적인 군비경쟁의 양상이다. 여기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대부분 상대방의 방어적 조치를 자신에 대한 공격신호로 해석하는 잘못된 신호체계의 문제임이 드러난다. 국제정치에서 안보 문제는 실제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상대방의 불확실한 의도를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해석의 문제’로 환원된다. 국가는 언제나 안보 문제에 있어 “나만 손해 보는 것 아닌가”, “내가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 “나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심리에서 상대방의 방어적 조치에 불과한 군사행동까지도 공격신호로 과대하게 해석하고 대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신호체계의 혼란은 국가 간에 공동의 위기관리 기구나 안보대화 기구, 또는 비슷한 제도만 있다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게 곧바로 한국 사드를 위한 한·미 간 실무약정이 체결될 것 같던 분위기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북한 제재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합의해버리자 주춤거리고 있다. 2월23일에 미국은 케리 장관의 방중 기간에 한·미 국방부 간에 진행되던 사드 한국 배치에 관한 실무약정을 위한 회의를 일방적으로 연기해버렸다. 대화 중에 미국이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야 할 외교적 필요가 생겨나자 미국은 주저없이 사드 배치 논의를 중지시켰다. 이 점이 바로 국제정치에서 안보 딜레마를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오직 대화와 협력만이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여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이후 남북관계에서도 적용되어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김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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