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가운데 군복 입은 사람)이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오산 공군기지에 내린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얘기하며 걸어가고 있다.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사, 주한미군의 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지뢰 폭발 사건과 지휘체계
지뢰 폭발 사건과 지휘체계
필자가 대학에서 위기관리론을 강의하면서 우리나라 위기관리와 전쟁 수행 체제의 복잡한 실태를 학생들에게 설명하면 그 대부분이 놀란다. 한국의 안보 운영체제가 이렇게 복잡한 데 놀라고, 그렇게 비효율적인 체제를 전혀 개선하지 않고 최고의 시스템인 양 숭배하는 풍조에 두번 놀란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미국과 협조해야만 하는 것의 경계선이 흐릿해서 한국 안보의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헷갈린다.
우리만 복잡한 게 아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내부로 들어가면 한미연합사령관이 직접 지휘하는 부대와 미군 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지만 연합사령관에게 배속되어 있는 미7공군 같은 부대와 또 나누어진다. 그런가 하면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8곳을 통제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여지면 군사 지휘 선상에서 국경의 개념도 모호해진다. 직업군인인 학생들은 더 놀란다. 자신이 몸담은 우리나라 안보체제가 완벽한 것일 줄 알고 현재 한-미 동맹만 유지되면 국가안보는 저절로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한국의 전쟁 수행 체제에서는 도대체 몇 개의 정부가 있는 것인가. 이렇게 복잡하고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복잡한 체제에서 만에 하나 실수가 난다면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깨닫고 몸서리친다. 이걸 제법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필자도 지난 8월 위기에서 한-미 간의 위기관리 행태를 이해하는 데는 머리를 쥐어뜯고 말았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세 개의 모자 쓴 스캐퍼로티
한국에 와 있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미국 육군 대장은 작년부터 올해 이르기까지 미국의 고고도 요격 미사일체계, 일명 사드(THADD) 요격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고 싶다는 말을 연이어 남발했다. 그의 발언은 한국 정부와 아무런 사전 상의도 없이 독단으로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파란이 일자 그 뒷수습을 하느라고 한국 정부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 이런 말은 한국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미군 장성, 즉 주한미군사령관의 자격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8월10일에 스캐퍼로티 대장은 북한에 지뢰 사건을 다루기 위한 장성급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청와대와 국방부에 지뢰 사건에 대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조사가 끝나기 이전까지는 언론에 한국 정부 입장이 발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 그래서 지뢰 사건이 난 8월4일로부터 10일까지 한국의 위기관리가 마비되었다. 이것은 유엔사령관의 자격으로 한 것이다. 8월25일 판문점에서 합의문이 체결되고 난 뒤에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는 내용이 담긴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5015’가 우리 국방부에 의해 언론에 누설되었다. 그러자 스캐퍼로티 대장은 누가 이를 언론에 누설했는지 “조사를 해달라”고 우리 국방부에 요청했다. 이것은 연합작전계획 수립의 책임자인 연합사령관의 자격으로 한 것이다.
또한 그는 평택의 미군기지 건설과 오산, 대구 등에 산재한 미군의 주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주한미군 선임장교의 자격으로 하는 것이다. 가진 자격이 하도 많아서 이 미국의 육군 대장은 어떤 때는 외교관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군인이 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사업가가 되는 여러 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 어떤 때는 우리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부하로서 연합사령관의 위치에 국한되지만, 어떤 때는 우리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국제법과 유엔사령부 규범 준수를 요구하는 초국가적 존재인 유엔사령관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한국군이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라도 하면 유엔사는 교전규칙을 위반했는지 우리 군을 조사하는 상전이다. 그런데 그 유엔사 교전규칙은 1994년에 평시작전통제권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았기 때문에 우리 합참(합동참모본부)의 권한과 책임이 명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이전에 정한 교전규칙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우리 합참의장이 평시방어에 있어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당시에는 한민구 합참의장이 월터 샤프 당시 유엔군사령관에게 “전투기로 북한을 응징해도 되느냐”고 문의하자 월터 샤프는 “그걸 왜 나한테 묻냐”, “한국 정부가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알아서 결정하라”고 말한 다음 아예 이튿날에는 이를 문서로 작성하여 국방부 장관 앞으로 보냈다. 유엔사령관으로서 월터 샤프는 한국 정부의 문의에 책임있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유엔사 교전규칙에는 항공작전의 경우 미7공군 사령관이 통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엔사령관으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고 태평양사령부 예하의 일개 야전사령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의 입장으로 보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투기 출동과 같은 중대한 결정을 본국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과 상의 없이 자신이 이래라저래라 결정할 일은 더욱더 아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우리 땅에 와 있는 미 육군 대장이 뭐 하는 자리인지 알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2010년 당시에도 우리 합참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우리 합참의 장군들마저 항공기 출격을 “미군에 물어봐야 된다”, “아니다”로 양분되어 갈피를 잡지 못했다. 논쟁이 지루하게 이어지자 국방부 대변인은 “항공기 출격이 유엔사 교전규칙에 의해야 하는지, 자위권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결정할지 국제법 학자에게 연구용역을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더 황당한 것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유사시 작전통제 권한은 유엔사령부의 위임에 의해 행사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유엔사령부는 1970년대에 공산권과 서방 측이 각기 해체 결의안을 총회에 제출하여 둘 다 통과시켰다. 그래서 유엔사령부가 해체될 전망이 유력해지자 한·미가 1978년에 현재의 연합사령부를 창설했다. 이로 인해 사실상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징적 위치에 지나지 않는 유엔사령부가 그 이후에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가 갑자기 남북 간에 중요한 순간에는 또 등장해서 한반도 위기를 관리한다.
이번에 스캐퍼로티 대장은 유엔사령관 자격으로 북한에 장성급 대화를 제의하도록 했으나 북한의 전통문 접수 거부로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었다. 최근 언론에서 밝혀진 바로는 남북 간에 포격전이 벌어진 8월20일에도 유엔사 전통문이 북한에 보내졌는데 또 거절당했다. 북한은 그간 상종할 수 없다던 박근혜 정부를 대화 상대방으로 선택하여 판문점에서 25일에 합의문을 만들어버리자, 유엔사령부는 대화의 주도권을 한국 정부에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이제껏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고 미국과 평화협정 담판을 짓겠다는 게 핵심 목표였는데 그렇다면 대화 상대는 한국 정부가 아닌 정전협정의 주체인 유엔사령부여야 했다. 그런데 거꾸로 된 결과가 나오자 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은 연일 대책회의를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북한의 예상치 못했던 행보는 이번 8월 전쟁위기에 있어 최대 미스터리다.
유엔사령관으로서 스타일을 구긴 스캐퍼로티 대장은 한국 국방부가 연일 군사기밀을 언론에 공개하며 합의문 이후 정국을 주도하는 데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유엔사령관이 아닌 연합사령관의 자격으로 행동했다. 한국에서 대북 정보감시태세 워치콘과 방어준비태세 데프콘을 선포하는 권한은 연합사령관에게 있다. 워치콘을 두 단계나 격상하고 미국의 정보자산을 증강, 투입한 것은 연합사령관의 조처였다. 이를 통해 북한 잠수함이 기지에서 사라진 것을 포착하여 추적하고, 북한 미사일 부대가 전방으로 이동하는 것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워치콘을 격상하는 데는 값비싼 정보자산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한국 국방부가 언론에 무분별하게 뿌리는가 하면 심지어 연합사령부 작전계획까지 국방부가 언론에 누설한 데 대해 위기관리 책임자로서 연합사령관은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봤다. 이것이 연합사령관이 우리 국방부에 “작전계획 5015가 누설된 경위를 조사해 달라”는 배경이다.
스캐퍼로티 미 육군 대장은
주한미군, 유엔사, 한미연합사
지휘하는 1인3역 사령관
유엔사, 1970년대 폐지 결의안 뒤
존치되면서 어정쩡한 구조 이어져 대북정보감시태세 증강한 연합사
국방부에서 정보 새어나가자
“작계5015 누설 조사하라” 맞서
비효율적 지휘체계 속 과한 욕심은
한미 전쟁수행체계 무너뜨린다 한미 외교·군사의 복잡한 혼선 지뢰 사건 직후에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제안에는 유엔사령부, 미 국무부가 총동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왜 북한은 이를 다 뿌리치고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지금 우리 국방부는 군의 단호한 대응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다고 믿는다. 이런 군사적 강압정책이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군사적으로 더 압박할수록 결과는 좋아진다는 집단사고로 국방부는 똘똘 뭉쳐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유리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더 많은 군사정보를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 그럴수록 북한은 고분고분해질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공개해도 되고 안 되는지 분별력과 자제심이 무너진 것이다. 한-미 간에 6월에 서명된 ‘작전계획 5015’를 언론에 누설하여 미군의 반발을 초래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유사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거하는 ‘참수전략’까지 공개해버렸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 2003년 3월에 이라크를 완전히 장악한 미군도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는 데 8개월이 더 걸렸다. 2001년 9·11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 제거되는 것은 테러가 일어난 지 9년8개월 후인 2011년 5월이었다. 그런데 국방부가 말하는 참수전략에 따르면,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하려는 징후가 있을 때 발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한국형 ‘킬체인’ 개념으로 대응하여 적어도 25분 안에 선제공격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제거해야 한다. 가능한 일일까? 만일 이런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한다면 유사시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의 작은 공격 징후만 있어도 자신에 대한 제거 움직임으로 인식하고 망설임 없이 핵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당장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판문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잠수함 50척이 사라져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내보냈다. 숱한 논란을 일으킨 이 브리핑은 우선 ‘50척’이라는 숫자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나중에 확인되었고 부정확한 브리핑을 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론까지 불거졌다. 이 역시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사실과도 동떨어져 있고 적절한 정보 공개도 아니었다. 당연히 미군과 충돌할 수 있는 사안이다. 연합사령관이 한국 정부에 사사건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사적 강압정책보다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내놓았던 미국 정부가 북한은 물론 한국 정부에 의해서도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는 의문이 있다. 과연 한국 정부가 동맹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억지와 강압이라는 군사정책을 구현할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다. 억지란 상대방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힘이고 국제정치에서는 억지력을 핵무기로 인식한다. 억지가 적대국에 무엇을 못하게 만드는 힘이라면 강압은 무엇을 하게 만드는 힘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항복선언을 하게 만들거나 굴욕적인 대화에 임하도록 하거나 공격무기를 철수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는 군사정책을 지칭한다. 지금 국방부는 자신들이 주도하여 북한이 준전시체제를 해제하고 지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도취됐을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위기에서 한국에 스텔스 폭격기나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을 지원해주지 않았다. 전방에 배치된 우리 군사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인식하려는 경향이다. 감정적 앙금과 책임 논란 그러나 막상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한 억지나 강압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할지 의문시된다. 핵심 정보와 작전능력을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는 남한군의 능력을 북한이 잘 알고 있는 터에 “박근혜 대통령의 단호함에 김정은 위원장이 겁에 질려 대화를 수용하게 되었다”는 우리의 시각이 과연 북한에서도 통하겠느냐는 말이다. 여기에다 권한과 책임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우리 국군 통수 체계는 유엔사령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정전협정 밖에서 단독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 방법, 권한이 명확하게 식별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군 스스로도 헷갈려한다. 복잡한 미로처럼 얽힌 이런 위기관리 체제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상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위기만 벌어지면 한-미 간에 감정적 앙금이 남고 우리 내부에서도 책임 논란이 어김없이 불거진다. 도대체 이걸 무슨 수로 이해할 것이며, 이런 체제가 한국 안보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신처럼 떠받드는 이 이상한 집단심리는 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여기에다 날로 규모가 감축되는 주한미군은 유엔사령부 기능 강화에 더욱 집착하며 과거 한국전쟁 당시 유엔사령부 참여 국가들에 인력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면 당시 참전국 16개국이 또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은 재작년 을지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때에 한국 국방부의 ‘적극적 억제전략’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하는 선제공격 개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건 뭐 한마디로 돌아버릴 지경 아닌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김종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할 말은 하는 군사전문가. 1993년부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과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방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과 별들의 암투를 지켜봤다. 권력과 군대가 독점하는 안보가 아닌 ‘진짜 안보’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이다. ‘김종대의 군사’는 한 달에 한 번 연재된다.
지난 7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정 62주년 기념식에서 테런스 오쇼너시 유엔사 부사령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주한미군, 유엔사, 한미연합사
지휘하는 1인3역 사령관
유엔사, 1970년대 폐지 결의안 뒤
존치되면서 어정쩡한 구조 이어져 대북정보감시태세 증강한 연합사
국방부에서 정보 새어나가자
“작계5015 누설 조사하라” 맞서
비효율적 지휘체계 속 과한 욕심은
한미 전쟁수행체계 무너뜨린다 한미 외교·군사의 복잡한 혼선 지뢰 사건 직후에 북한과 대화를 하자는 제안에는 유엔사령부, 미 국무부가 총동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왜 북한은 이를 다 뿌리치고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한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지금 우리 국방부는 군의 단호한 대응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냈다고 믿는다. 이런 군사적 강압정책이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군사적으로 더 압박할수록 결과는 좋아진다는 집단사고로 국방부는 똘똘 뭉쳐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유리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더 많은 군사정보를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 그럴수록 북한은 고분고분해질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공개해도 되고 안 되는지 분별력과 자제심이 무너진 것이다. 한-미 간에 6월에 서명된 ‘작전계획 5015’를 언론에 누설하여 미군의 반발을 초래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유사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제거하는 ‘참수전략’까지 공개해버렸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 2003년 3월에 이라크를 완전히 장악한 미군도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는 데 8개월이 더 걸렸다. 2001년 9·11 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 제거되는 것은 테러가 일어난 지 9년8개월 후인 2011년 5월이었다. 그런데 국방부가 말하는 참수전략에 따르면,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하려는 징후가 있을 때 발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한국형 ‘킬체인’ 개념으로 대응하여 적어도 25분 안에 선제공격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제거해야 한다. 가능한 일일까? 만일 이런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한다면 유사시 김정은 위원장은 남한의 작은 공격 징후만 있어도 자신에 대한 제거 움직임으로 인식하고 망설임 없이 핵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당장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판문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잠수함 50척이 사라져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내보냈다. 숱한 논란을 일으킨 이 브리핑은 우선 ‘50척’이라는 숫자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나중에 확인되었고 부정확한 브리핑을 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론까지 불거졌다. 이 역시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사실과도 동떨어져 있고 적절한 정보 공개도 아니었다. 당연히 미군과 충돌할 수 있는 사안이다. 연합사령관이 한국 정부에 사사건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사적 강압정책보다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내놓았던 미국 정부가 북한은 물론 한국 정부에 의해서도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는 의문이 있다. 과연 한국 정부가 동맹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억지와 강압이라는 군사정책을 구현할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다. 억지란 상대방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힘이고 국제정치에서는 억지력을 핵무기로 인식한다. 억지가 적대국에 무엇을 못하게 만드는 힘이라면 강압은 무엇을 하게 만드는 힘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항복선언을 하게 만들거나 굴욕적인 대화에 임하도록 하거나 공격무기를 철수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는 군사정책을 지칭한다. 지금 국방부는 자신들이 주도하여 북한이 준전시체제를 해제하고 지뢰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도취됐을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위기에서 한국에 스텔스 폭격기나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을 지원해주지 않았다. 전방에 배치된 우리 군사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고 인식하려는 경향이다. 감정적 앙금과 책임 논란 그러나 막상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한 억지나 강압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할지 의문시된다. 핵심 정보와 작전능력을 대부분 미국에 의존하는 남한군의 능력을 북한이 잘 알고 있는 터에 “박근혜 대통령의 단호함에 김정은 위원장이 겁에 질려 대화를 수용하게 되었다”는 우리의 시각이 과연 북한에서도 통하겠느냐는 말이다. 여기에다 권한과 책임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우리 국군 통수 체계는 유엔사령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정전협정 밖에서 단독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 방법, 권한이 명확하게 식별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군 스스로도 헷갈려한다. 복잡한 미로처럼 얽힌 이런 위기관리 체제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상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위기만 벌어지면 한-미 간에 감정적 앙금이 남고 우리 내부에서도 책임 논란이 어김없이 불거진다. 도대체 이걸 무슨 수로 이해할 것이며, 이런 체제가 한국 안보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신처럼 떠받드는 이 이상한 집단심리는 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여기에다 날로 규모가 감축되는 주한미군은 유엔사령부 기능 강화에 더욱 집착하며 과거 한국전쟁 당시 유엔사령부 참여 국가들에 인력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면 당시 참전국 16개국이 또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은 재작년 을지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때에 한국 국방부의 ‘적극적 억제전략’에 대해 “국제법을 위반하는 선제공격 개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건 뭐 한마디로 돌아버릴 지경 아닌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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