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조이는 아웃복서의 접근 전략을 구사하고, 중국은 센 한방을 준비하며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인파이터의 반접근 전략으로 맞선다. 실전 배치를 추진중인 X-47B 무인전투기는 중국의 핵심기지를 은밀하고 재빠르게 타격하는 아웃복서의 무기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X-47B 공중급유 장면. 미국 국방부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G2 전쟁 시나리오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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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아시아에는 두 명의 복서가 있다. 정치·군사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미국과 막강한 경제력으로 이에 도전하려는 중국이다. 패권국과 도전국이라는 두 복서는 가까이 붙어 충돌하다가 다시 멀어져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는 일을 반복한다. 이런 군사전략을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이라는 이름으로 접근하고, 중국은 ‘반접근거부전략’(A2AD: anti-access area-denial)이라는 이름으로 거부한다. 쉽게 말하자면 권투에서 미국은 아웃복서고 중국은 인파이터다. 아웃복서는 민첩하면서 팔이 길어야 하고, 인파이터는 맷집이 좋고 맞받아치는 힘이 세야 한다.
오래된 패권과 젊은 도전자
미군은 멀리 동아시아로 원정을 온 군대다. 동남아시아 믈라카(말라카) 해협에서 한국 서해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의 바다를 휘젓고 다니며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한다. 링 위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상대방의 진행 경로를 막아서는 아웃복서의 전형으로 굳이 꼽으라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고 일컬어지는 무하마드 알리다.
반면 중국은 미군이 해양을 통해 자국에 접근하는 걸 거부할 수 있는 차단선(제1, 제2도련선)을 긋고 미 함대를 타격할 수 있는 힘센 펀치력을 구비한다. 이와 유사한 인파이터의 전형은 ‘핵 펀치’로 불린 조지 포먼이다. 접근하려는 미국은 ‘항해의 자유’를, 접근을 거부하려는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외치는데 이것이 바로 링에서 싸우는 두 복서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충돌 양상 역시 1974년 10월30일에 열린 당대 헤비급 세계챔피언 조지 포먼과 이에 도전하는 무하마드 알리의 역사적 대결과 유사하다. 당시 25살의 조지 포먼은 40전 전승에 37케이오승을 기록하는 젊은 헤비급 챔피언이었고, 무하마드 알리는 체력이 저하돼 스피드가 예전 같지 않은 32살 나이의 옛 패권자였다. 둘의 경기는 지금 중국과 미국의 모습과 유사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젊은 포먼의 우세를 점쳤다.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된 경기는 경쾌한 발놀림과 스피드를 앞세운 알리와 강력한 펀치로 초반에 승기를 잡으려는 포먼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났다. 초반에 핵 펀치가 연이어 빗나간 포먼은 중반 이후 체력이 저하되어 몸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졌고, 알리는 적절하게 잽을 날린 후 링을 빙빙 돌며 포먼의 체력을 소진시켰다. 8라운드에 이르러 알리는 링의 구석에 몰려 방어자세를 취하다가 날아오는 포먼의 주먹을 슬쩍 피하며 턱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그리고 연이은 좌우 스트레이트를 작렬하자 휘청거리던 포먼이 링에 쓰러졌다. 세간의 예상을 뒤집는 패권의 부활이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의 바다에서 충돌하면 그 양상이 바로 이러할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한 7함대 전력에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을 배치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전력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11개 항공모함전단 전력의 60%를 아시아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11개 항공모함 중 7개는 이미 수명 30년을 초과한 노쇠한 전력이고 미국은 항모전단을 새로 만들 돈이 없다. 반면 중국에선 유일한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취역하였지만 아직 전투기 이착륙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전투체계 역시 불완전하다. 이 때문에 빠른 발놀림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중국의 처지에서는 다른 비대칭 전력으로 이를 보완해야 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2007년 발표한 보고서 ‘용의 둥지에 들어가기’(Entering the Dragon’s Lair)에 의하면 중국에는 미국의 항모전단 접근을 거부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중국 해군이 보유중인 구축함(함선 및 잠수함을 공격하는 중대형 함정)과 호위함(함선을 호위하는 임무를 띤 군함)을 동원해 미 항모전단을 공격하는 방안이다. 현재 중국의 해군력을 고려하면 아직은 현실성이 희박하다. 둘째는 중국이 100여대의 전술기와 200여발의 대함미사일(함선을 파괴하는 미사일)로 항모전단을 공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평시에 아시아에 배치된 한 개의 항모전단을 기습 공격하는 데는 이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미 항모가 증강 배치되는 상황에서는 이 역시 중국으로서는 불리하다. 셋째는 공대지 미사일로 항모전단의 핵심전력인 이지스 구축함의 레이더를 파괴하여 함대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인데, 비교적 소형인 ‘하피’ 공대지미사일(항공기에 탑재해 지상 목표를 공격하는 유도미사일)을 이용하면 미 항모전단은 상당 부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넷째는 잠수함을 이용한 시나리오인데, 미군의 대잠수함 경계망을 돌파하여 항공모함에 어뢰 공격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북해함대, 동해함대, 남해함대에 총 64대의 잠수함을 배치하고 있고 이 중 11척이 핵 추진 잠수함이다. 2020년까지 중국이 추가로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동남아 기지에 이들을 분산 배치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랜드연구소는 이런 네 방법을 한꺼번에 구사할 경우에는 미래 어느 시점에서는 미 해군이 패배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미국·중국의 아시아 패권 다툼은
‘아웃복서’와 ‘인파이터’의 대결
군사력 앞선 미국은
긴 팔로 패권 완전 부활 꿈꾸고
중국은 센 한방의 격퇴를 준비 평화는 ‘링 구석’에서 깨진다
X-47B 무인전투기 개발하고
필리핀 군사기지 이용해
미국은 중국에 바짝 다가선다
사드가 ‘구석의 발화점’ 될지 몰라 접근과 반접근의 미-중 충돌 최근에는 중국이 반접근전략의 핵심으로 지대함 탄도미사일(ASBM) ‘둥펑’(DF-21D)을 증강하였는데, 이러한 대함미사일은 오직 중국만 보유한 것으로 현재 백두산 인근의 중국 내륙에도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시 북한이 중국의 ‘대미항전’(對美抗戰)에 가세한다면 한반도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H-6 폭격기에서 발사하는 초음속 장사정 대함미사일, 해군항공대 전폭기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 등 최근 중국은 미사일을 주축으로 제2도련선(해상방위선)에서 미국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더 힘을 비축하고 다가오는 적을 기다리는 인파이터의 결의가 느껴진다. 최근 필자가 중국에서 만난 안보전문가는 “향후 3년 동안 중국은 매년 4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하여 3년 뒤 국방비를 250% 성장시킨다는 내부 방침이 확정됐다”며 그 핵심은 미국의 접근에 대한 거부 전력을 키우는 데 있다는 점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다양한 반접근 전력을 구사하기 이전에 더욱 빠르게 중국에 접근해 핵심 전력을 파괴해버리는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한다. 미 항공모함에 F-35C 스텔스 전투기와 X-47B 무인전투기(UCAV: Unmanned Combat Air Vehicle)를 탑재하여 중국의 핵심 군사기지를 은밀하고 빠르게 타격하는 수단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다만 F-35C는 아직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고 X-47B 역시 실전배치가 되지 않은 기술 실증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지난 4월16일 돌연 X-47B가 공중급유기 K707로부터 공중급유를 받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이 무인전투기가 항모에 배치되면 기존 전투 행동반경 2700㎞를 넘어 중국 내륙까지 타격권에 포함시키며 언제든 4500파운드(2000㎏)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무인전투기는 2013년 이미 항모 이착륙 훈련에 성공한 바 있다. 미 해군이 이 사진을 공개한 날은 미국과 필리핀의 사상 최대의 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이번 연례훈련은 양국 정부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한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미군 2500여명과 필리핀군 3000여명 등 모두 5500여명이 참가해 양국의 지·해·공 작전의 상호운용성 등 합동 군사작전 능력을 점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협정으로 미국은 1991년까지 필리핀에서 운용하다가 철수한 바 있는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 해군기지 등 총 8개의 필리핀 내 군사기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항공모함을 운용할 수 있는 전진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반접근거부전략을 무력화하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서로 상대방에 대한 군사전략적 공세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면, 과거 어느 때에도 볼 수 없던 다급함이 느껴진다. 떠오르는 중국과 저지하려는 미국의 행보가 이젠 너무나 빨라져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적응하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상대방을 탐색하던 두 복서가 링의 어느 한구석에서 세게 한번 충돌하려는 조짐이다. 두 복서는 주로 링 구석에서 붙는 경향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대만해협에서, 두 번째는 남중국해 난사(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세 번째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서, 네 번째는 한국의 서해에서였다. 이 네 개의 링 구석은 접근과 반접근이 충돌하는 주요 전략적 지점이며 단 한 번의 시합으로 승자가 결정되는 정치·군사전쟁의 급소다. 최근 중국은 일본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이 지원한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중국을 위협할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이 지원하는 일본은 이와 달리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객관적 위협이라는 게 중국 전략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여기에 한국이 붙어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 완성되면 아시아에서 중국을 위협하는 가장 위협적인 세력권이 형성된다고 본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편승해 성장했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게 되면 중국의 국가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본격적인 지역패권 경쟁이 발화되는 것이다. 지금 링 중간에서 서로를 관망하던 두 파이터는 서서히 한구석으로 몰려가고 있다. 한반도는 위험한 ‘링의 한구석’ 여기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가장 공격적인 현실주의자인 칭화대학의 옌쉐퉁 교수조차 필자에게 “사드가 중국에 직접 위협적인 무기는 아니다”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반도에 배치되면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동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은 서서히 붕괴되면서 7:3 혹은 8:2로 미국이 우세해지는 전략적 불균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사드 요격체계는 중국의 둥펑 지대함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미국의 접근전략을 수행하는 무기체계이고, 한·미·일이 미사일방어(MD)로 융합되는 전략적 변환의 상징이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21세기형 패권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표출한다. 이런 세력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 역시 비동맹정책을 재검토하여 우호세력을 확장하면서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이렇게 본다면 분쟁 요인이 확대될 곳은 두 개의 링 구석, 즉 센카쿠열도와 서해가 될 것이다.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시진핑 주석은 거칠다 못해 감정적이기까지 하다. 2년 전부터 중국은 미국과 비밀 막후접촉으로 센카쿠열도에서 미국의 체면을 고려하는 의미있는 양보 조치를 했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층들에게 회람된 군사비밀보고서의 “만일 댜오위다오에서 중-일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불리하다”는 비관적 결론까지 고려된 조치였다. 그런데 한반도 사드 배치, 미-일 안보가이드라인 개정 등은 이런 중국의 뒤통수를 친 사건이자 미국의 접근전략의 또 다른 변형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드시 도전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동아시아 정세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과의 가상전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여기서 미중 패권 경쟁은 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과 인적·문화적 교류와 같은 평화공존의 이미지를 모두 삭제한 고도의 추상성을 드러낸다. 상상력의 산물이자 집단적 의지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를 국제관계의 유일한 행위자로 형상화하면서 패권을 향한 충돌을 기정사실화하는 추상적 모델이 떠오른다. 그런 국가의 집단의지는 군사무기로 육화(肉化)됨으로써 구체적이고 실재성 있는 이미지를 획득한다. 이런 사상이 주류가 된 이상 당분간 동아시아 국가들은 분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몸조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그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하는 나라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김종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할 말은 하는 군사전문가. 1993년부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과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방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과 별들의 암투를 지켜봤다. 권력과 군대가 독점하는 안보가 아닌 ‘진짜 안보’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이다. ‘김종대의 군사’는 한 달에 한 번 연재된다.
‘아웃복서’와 ‘인파이터’의 대결
군사력 앞선 미국은
긴 팔로 패권 완전 부활 꿈꾸고
중국은 센 한방의 격퇴를 준비 평화는 ‘링 구석’에서 깨진다
X-47B 무인전투기 개발하고
필리핀 군사기지 이용해
미국은 중국에 바짝 다가선다
사드가 ‘구석의 발화점’ 될지 몰라 접근과 반접근의 미-중 충돌 최근에는 중국이 반접근전략의 핵심으로 지대함 탄도미사일(ASBM) ‘둥펑’(DF-21D)을 증강하였는데, 이러한 대함미사일은 오직 중국만 보유한 것으로 현재 백두산 인근의 중국 내륙에도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시 북한이 중국의 ‘대미항전’(對美抗戰)에 가세한다면 한반도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H-6 폭격기에서 발사하는 초음속 장사정 대함미사일, 해군항공대 전폭기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 등 최근 중국은 미사일을 주축으로 제2도련선(해상방위선)에서 미국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더 힘을 비축하고 다가오는 적을 기다리는 인파이터의 결의가 느껴진다. 최근 필자가 중국에서 만난 안보전문가는 “향후 3년 동안 중국은 매년 40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하여 3년 뒤 국방비를 250% 성장시킨다는 내부 방침이 확정됐다”며 그 핵심은 미국의 접근에 대한 거부 전력을 키우는 데 있다는 점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다양한 반접근 전력을 구사하기 이전에 더욱 빠르게 중국에 접근해 핵심 전력을 파괴해버리는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한다. 미 항공모함에 F-35C 스텔스 전투기와 X-47B 무인전투기(UCAV: Unmanned Combat Air Vehicle)를 탑재하여 중국의 핵심 군사기지를 은밀하고 빠르게 타격하는 수단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다만 F-35C는 아직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고 X-47B 역시 실전배치가 되지 않은 기술 실증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지난 4월16일 돌연 X-47B가 공중급유기 K707로부터 공중급유를 받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이 무인전투기가 항모에 배치되면 기존 전투 행동반경 2700㎞를 넘어 중국 내륙까지 타격권에 포함시키며 언제든 4500파운드(2000㎏)의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무인전투기는 2013년 이미 항모 이착륙 훈련에 성공한 바 있다. 미 해군이 이 사진을 공개한 날은 미국과 필리핀의 사상 최대의 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이번 연례훈련은 양국 정부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한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미군 2500여명과 필리핀군 3000여명 등 모두 5500여명이 참가해 양국의 지·해·공 작전의 상호운용성 등 합동 군사작전 능력을 점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협정으로 미국은 1991년까지 필리핀에서 운용하다가 철수한 바 있는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 해군기지 등 총 8개의 필리핀 내 군사기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 더 가까운 곳에서 항공모함을 운용할 수 있는 전진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반접근거부전략을 무력화하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에서 서로 상대방에 대한 군사전략적 공세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면, 과거 어느 때에도 볼 수 없던 다급함이 느껴진다. 떠오르는 중국과 저지하려는 미국의 행보가 이젠 너무나 빨라져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적응하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상대방을 탐색하던 두 복서가 링의 어느 한구석에서 세게 한번 충돌하려는 조짐이다. 두 복서는 주로 링 구석에서 붙는 경향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대만해협에서, 두 번째는 남중국해 난사(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세 번째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서, 네 번째는 한국의 서해에서였다. 이 네 개의 링 구석은 접근과 반접근이 충돌하는 주요 전략적 지점이며 단 한 번의 시합으로 승자가 결정되는 정치·군사전쟁의 급소다. 최근 중국은 일본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이 지원한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중국을 위협할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이 지원하는 일본은 이와 달리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객관적 위협이라는 게 중국 전략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여기에 한국이 붙어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 완성되면 아시아에서 중국을 위협하는 가장 위협적인 세력권이 형성된다고 본다. 지금까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편승해 성장했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게 되면 중국의 국가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본격적인 지역패권 경쟁이 발화되는 것이다. 지금 링 중간에서 서로를 관망하던 두 파이터는 서서히 한구석으로 몰려가고 있다. 한반도는 위험한 ‘링의 한구석’ 여기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의 가장 공격적인 현실주의자인 칭화대학의 옌쉐퉁 교수조차 필자에게 “사드가 중국에 직접 위협적인 무기는 아니다”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한반도에 배치되면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동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은 서서히 붕괴되면서 7:3 혹은 8:2로 미국이 우세해지는 전략적 불균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사드 요격체계는 중국의 둥펑 지대함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미국의 접근전략을 수행하는 무기체계이고, 한·미·일이 미사일방어(MD)로 융합되는 전략적 변환의 상징이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21세기형 패권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표출한다. 이런 세력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 역시 비동맹정책을 재검토하여 우호세력을 확장하면서 국방비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이렇게 본다면 분쟁 요인이 확대될 곳은 두 개의 링 구석, 즉 센카쿠열도와 서해가 될 것이다.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시진핑 주석은 거칠다 못해 감정적이기까지 하다. 2년 전부터 중국은 미국과 비밀 막후접촉으로 센카쿠열도에서 미국의 체면을 고려하는 의미있는 양보 조치를 했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층들에게 회람된 군사비밀보고서의 “만일 댜오위다오에서 중-일 무력충돌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불리하다”는 비관적 결론까지 고려된 조치였다. 그런데 한반도 사드 배치, 미-일 안보가이드라인 개정 등은 이런 중국의 뒤통수를 친 사건이자 미국의 접근전략의 또 다른 변형이라고 본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드시 도전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동아시아 정세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과의 가상전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데 여념이 없다. 여기서 미중 패권 경쟁은 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과 인적·문화적 교류와 같은 평화공존의 이미지를 모두 삭제한 고도의 추상성을 드러낸다. 상상력의 산물이자 집단적 의지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국가를 국제관계의 유일한 행위자로 형상화하면서 패권을 향한 충돌을 기정사실화하는 추상적 모델이 떠오른다. 그런 국가의 집단의지는 군사무기로 육화(肉化)됨으로써 구체적이고 실재성 있는 이미지를 획득한다. 이런 사상이 주류가 된 이상 당분간 동아시아 국가들은 분쟁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몸조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그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하는 나라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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