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6일 평화운동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주변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토요판] 김종대의 군사
한국 정부의 사드 딜레마
한국 정부의 사드 딜레마
무기체계의 세계는 거대한 생태계와 같다. 수많은 무기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멸종과 진화를 거듭한다. 문제는 이 생태계가 그리 안정적이지 않고 견고하지도 않다는 데 있다. 어느 날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여 예기치 않은 위협이 등장하면 기존의 생태계는 깨진다. 이미 만들어진 무기체계는 무용지물이 되고 신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창조와 혁신, 모방과 확산으로 이어지는 그 변동은 국가 간의 세력균형을 한순간에 붕괴시키는 지정학적 사건으로 이어진다. 유사 이래 인간의 역사는 바로 그러한 변동의 역사였다. 근대 유럽의 패권은 누가 거대 함선을 많이 보유했느냐로 결정되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핵무기의 숫자로 그 중심이 이동했다. 절대무기라 할 수 있는 핵무기는 냉전시대의 긴 평화를 거치면서 일견 안정적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체제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그 투발수단이 무엇이냐(미사일, 전폭기, 잠수함), 이에 대한 억제와 방어 수단이 무엇이냐를 두고 변화무쌍하고 불안정한 국제질서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지금 그러한 변동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고고도요격시스템, 일명 사드(THAAD) 체계의 한국 배치 논란이 그것이다. 이 논쟁의 핵심 논리를 보면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에 핵탄두 장착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한국이 기존에 보유한 방어체계는 전부 무용지물이 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새로운 방어무기가 배치되어야 하는데 지금 검토할 만한 유일한 대안은 150㎞ 상공의 고고도에서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사드 체계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여파는 단지 남북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북아에서 미·중 사이의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쳐 격렬한 군비경쟁과 분쟁을 초래할 지정학적 변동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무기체계의 세계는 어느 일부분에서 일어난 변화가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부분과 전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신무기의 영향은 부분에서 전체로 확산된다.
‘미사일계획’이 국경을 바꾸다
그런 위험성을 알려주는 사례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년 9월 개정된 유럽 탄도미사일방어계획(EPAA·European Phased Adaptive Approach)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주로 이란에서 불거지는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독일에 미사일방어 지휘통제 센터를 둔다. 요격미사일은 터키에 사드 요격체계, 루마니아에 스탠더드미사일(SM-3)을 두고, 2018년에는 폴란드와 체코에도 이를 배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계획은 러시아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런 미사일방어계획은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무력화시키면서 사실상 서방의 영향력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 당시 소련의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동유럽의 민주화와 독일 통일을 지원한 데는 서방의 나토가 소련을 향해 동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 미사일방어(MD)를 명분으로 미국과 나토세력이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동진하고 있지 않은가? 이 때문에 미-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핵미사일을 증강하고 공격적인 군사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것이 지정학적 변동으로 이어진 것이 작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초유의 사태였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지난 20세기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에 국경을 변경하는 데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할과 병합은 미국의 역량이 전혀 개입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현상 변경 사건이며 힘으로 영토를 변경시킨 국제정치 초유의 사태였다. 그 여파는 이제껏 평화국가였던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징병제를 부활하고 군사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적어도 21세기에 유럽의 세력균형을 변경시키는 데 이보다 더 큰 사건은 없다. 이렇게 되자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계획도 흐지부지되면서 이제껏 신뢰해왔던 미국의 패권도 의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금 그와 똑같은 사건이 바로 한반도에서 시작되려는 조짐이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가 가속화되고 2020년께이면 북한이 100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구체화되면서 불안과 공포를 겪은 한국이 미국에 사드 미사일 배치를 협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아직까지 사드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할 계획은 없다”는 게 한·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이 가중될수록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외 압력이 가중되면 과연 정부가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유럽의 미사일방어에 러시아가 반발했던 것과 유사하게 중국은 즉시 이에 반발했다. 지난해 7월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중국의 창완취안 국방부장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이 문제를 거론하며 “사드 요격체계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중 관계에 심각한 훼손이 있을 것”임을 통보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 내 사드 배치론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정당한 방어체계 구축에 중국이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을 우려하며 사드 배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론자들을 향해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라고 거칠게 비난한다. 그러면서 핵위협에 노출된 한국에 미국의 야전군 사령관들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먼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정작 우리보다 더 우리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민망한 제안”이라며 감격해 마지않는다.
미국이 중동 방어하려고 세운
유럽탄도미사일방어계획(EPAA)
러시아 고립시키는 쪽으로 작용
크림반도 병합사태까지 이르러
무기체계 생태계 어디로 튈지 몰라 북한 핵무기 대응하는 사드 배치
한·미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중국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선택지 없는 딜레마 빠질 수밖에
국제정치 리스크 관리해야 한다 중국은 자극받고, 선택지는 없고… 여기에 한국 정부의 심각한 딜레마가 있다. 북한의 핵위협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구체적 위협이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어떤 관리능력도 없다. 보수·안보세력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북한이 ‘통일대전’을 수행할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우리도 북한과 결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준비를 할 것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미사일 배치는 그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고 북한의 전략목표를 실시간으로 탐지, 조준,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타격순환체계) 같은 능력을 구비함과 아울러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는 ‘제4의 전쟁’ 개념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함께 정전시 교전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의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적극적 억제, 또는 능동적 억제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미국이 자국의 미사일방어에 한국이 흡수될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궁색하다. 중국을 의식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편입되는 것을 유보하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며 한국형 사드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는 중거리요격무기(L-SAM)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현재 국방부 입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형 미사일방어는 ‘찢어진 우산’으로서 여전히 신뢰하기 어렵고 미국의 미사일방어망과 사실상 통합된 방어체계만이 궁극적인 대안이라는 데 대해 정부의 대응논리는 취약하기만 하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사드 체계가 대북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중국은 이것이 동북아 세력균형의 변화라고 본다. 전세계 미군기지 중에서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산 미 공군기지에 사실상 중국을 적성국으로 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된다는 걸 눈 뜨고 못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바로 중국의 대문 앞에서 분쟁의 요인이 생긴다면 중국은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조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반발은 중국의 북한 편들기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 대박’도 헛소리가 된다. 사드 요격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지정학적 변동으로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면서 미국과 중국,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우리의 외교 역량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미국의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은 과거사 문제나 거론하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값싼 박수나 받으려는 민족주의 감성”이라고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일본을 편든다. 일본은 외무성 누리집에서 “한국은 일본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연일 과거 역사를 미화한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막말로 비난하는 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은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거부하는 주권국가다운 태도를 보이라”고 더 노골적으로 한국을 압박한다. 이렇게 사방이 포위된 상황은 냉전이 붕괴된 이후 지난 25년 이래 한국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딜레마다. 역설적으로 이 딜레마는 사드 요격체계가 아직 완전한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데서 더 깊어진다. 사드가 주된 요격 대상으로 상정하는 중거리 미사일을 상대로 시험 발사를 한 것은 2012년 10월에나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공대지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다. 2013년 9월의 시험 역시 외부에는 성공했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인지 미국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험 대상은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미사일로, 몸체도 크고 속도가 느리며 발견하기도 쉽다. 그렇게 불완전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미국은 아직도 대량생산을 하지 못하고 겨우 3개 포대만 보유하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적어도 3개 포대 이상이 필요하다. 즉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하고 싶어도 당분간은 배치할 사드 포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불완전하기 때문에 중동의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외에 어떤 아시아와 유럽 국가도 사드 구매를 타진한 나라가 없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한반도에서 사드 논란이 불거진 것인지, 일종의 ‘유령 논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작 사드 요격체계의 운용 실태와 자세한 성능에 대해 우리 국방부를 비롯한 그 누구도 자세한 내용을 밝힌 적이 없다. 개발이 착수된 지 26년이 지난 이 무기가 아직도 시험평가나 하고 있다면 도대체 그것이 언제 완성될지도 우리는 모른다.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2015년 미국이 추가로 확보할 계획인 2개의 사드 포대의 획득 비용에 내심 한국의 부담을 원하는 것 아닐까? 이것이 한국 내 사드 배치론자들을 부추겨 이 논쟁이 확산되도록 한 진짜 이유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의 위협에 노출된 미국령 괌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게 되자 미 의회는 국방부에 “괌에 배치하는 사드 관련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분담하도록 하라”는 권고를 전달했다. 이것이 정작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변동을 일으키는 사드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국제정치 생태계 관리하라 이런 미국의 의도에 대해 우리가 거리를 둔다면 사드 이후 다른 무기체계, 또는 군사전략으로 쟁점이 이동할 것이다. 지난해 사드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해군의 이지스구축함에서 운용하는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미사일 도입 여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이 한국 지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토에서 배제되자 여론은 재빨리 사드 문제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마치 대중이 인기 걸그룹에 열광하듯이 마치 사드를 구세주처럼 떠받드는 이상 열풍이 나타났다. 즉, 사드의 자세한 실상이 알려지면 또 다른 무기체계에 열광하려는 여론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가 도입되느냐 여부를 떠나 이러한 무기 도입 논란 자체가 지정학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도 실제 사드가 배치되지 않았는데 단지 계획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지정학적 변동이 초래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말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천명한 전략방위구상(SDI)은 존재하지도 않는 구상일 뿐이었는데 냉전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만큼 무기체계로 이루어진 국제정치의 생태계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이 불안정성 자체가 우리에게는 딜레마가 되는 것이고, 만일 이 딜레마를 잘못 관리하면 우리는 국가 생존과 번영에 있어 매우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 만큼 이 생태계는 우리에게 진화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끔찍한 공포를 선사한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김종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할 말은 하는 군사 전문가. 1993년부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관과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면서 국방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과 별들의 암투를 지켜봤다. 권력과 군대가 독점하는 안보가 아닌 ‘진짜 안보’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 군사 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이다. ‘김종대의 군사’는 한 달에 한 번 연재된다.
유럽탄도미사일방어계획(EPAA)
러시아 고립시키는 쪽으로 작용
크림반도 병합사태까지 이르러
무기체계 생태계 어디로 튈지 몰라 북한 핵무기 대응하는 사드 배치
한·미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중국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선택지 없는 딜레마 빠질 수밖에
국제정치 리스크 관리해야 한다 중국은 자극받고, 선택지는 없고… 여기에 한국 정부의 심각한 딜레마가 있다. 북한의 핵위협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구체적 위협이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어떤 관리능력도 없다. 보수·안보세력은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북한이 ‘통일대전’을 수행할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우리도 북한과 결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사적 준비를 할 것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사드 미사일 배치는 그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고 북한의 전략목표를 실시간으로 탐지, 조준,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타격순환체계) 같은 능력을 구비함과 아울러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는 ‘제4의 전쟁’ 개념도 구체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함께 정전시 교전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의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적극적 억제, 또는 능동적 억제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미국이 자국의 미사일방어에 한국이 흡수될 것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궁색하다. 중국을 의식하여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편입되는 것을 유보하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며 한국형 사드 미사일이라고 할 수 있는 중거리요격무기(L-SAM)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현재 국방부 입장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형 미사일방어는 ‘찢어진 우산’으로서 여전히 신뢰하기 어렵고 미국의 미사일방어망과 사실상 통합된 방어체계만이 궁극적인 대안이라는 데 대해 정부의 대응논리는 취약하기만 하다. 중국의 반발에 대해서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아무리 사드 체계가 대북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중국은 이것이 동북아 세력균형의 변화라고 본다. 전세계 미군기지 중에서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산 미 공군기지에 사실상 중국을 적성국으로 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된다는 걸 눈 뜨고 못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문제라면 몰라도 바로 중국의 대문 앞에서 분쟁의 요인이 생긴다면 중국은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조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반발은 중국의 북한 편들기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의 없기 때문에 ‘통일 대박’도 헛소리가 된다. 사드 요격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지정학적 변동으로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완화하면서 미국과 중국,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우리의 외교 역량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미국의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은 과거사 문제나 거론하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값싼 박수나 받으려는 민족주의 감성”이라고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일본을 편든다. 일본은 외무성 누리집에서 “한국은 일본과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연일 과거 역사를 미화한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막말로 비난하는 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은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를 거부하는 주권국가다운 태도를 보이라”고 더 노골적으로 한국을 압박한다. 이렇게 사방이 포위된 상황은 냉전이 붕괴된 이후 지난 25년 이래 한국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딜레마다. 역설적으로 이 딜레마는 사드 요격체계가 아직 완전한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데서 더 깊어진다. 사드가 주된 요격 대상으로 상정하는 중거리 미사일을 상대로 시험 발사를 한 것은 2012년 10월에나 이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공대지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이다. 2013년 9월의 시험 역시 외부에는 성공했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을 상대로 한 것인지 미국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험 대상은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미사일로, 몸체도 크고 속도가 느리며 발견하기도 쉽다. 그렇게 불완전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미국은 아직도 대량생산을 하지 못하고 겨우 3개 포대만 보유하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려면 적어도 3개 포대 이상이 필요하다. 즉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하고 싶어도 당분간은 배치할 사드 포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불완전하기 때문에 중동의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외에 어떤 아시아와 유럽 국가도 사드 구매를 타진한 나라가 없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한반도에서 사드 논란이 불거진 것인지, 일종의 ‘유령 논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작 사드 요격체계의 운용 실태와 자세한 성능에 대해 우리 국방부를 비롯한 그 누구도 자세한 내용을 밝힌 적이 없다. 개발이 착수된 지 26년이 지난 이 무기가 아직도 시험평가나 하고 있다면 도대체 그것이 언제 완성될지도 우리는 모른다.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2015년 미국이 추가로 확보할 계획인 2개의 사드 포대의 획득 비용에 내심 한국의 부담을 원하는 것 아닐까? 이것이 한국 내 사드 배치론자들을 부추겨 이 논쟁이 확산되도록 한 진짜 이유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의 위협에 노출된 미국령 괌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게 되자 미 의회는 국방부에 “괌에 배치하는 사드 관련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분담하도록 하라”는 권고를 전달했다. 이것이 정작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변동을 일으키는 사드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국제정치 생태계 관리하라 이런 미국의 의도에 대해 우리가 거리를 둔다면 사드 이후 다른 무기체계, 또는 군사전략으로 쟁점이 이동할 것이다. 지난해 사드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해군의 이지스구축함에서 운용하는 요격미사일인 스탠더드미사일 도입 여부가 쟁점이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이 한국 지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토에서 배제되자 여론은 재빨리 사드 문제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마치 대중이 인기 걸그룹에 열광하듯이 마치 사드를 구세주처럼 떠받드는 이상 열풍이 나타났다. 즉, 사드의 자세한 실상이 알려지면 또 다른 무기체계에 열광하려는 여론시장이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가 도입되느냐 여부를 떠나 이러한 무기 도입 논란 자체가 지정학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도 실제 사드가 배치되지 않았는데 단지 계획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지정학적 변동이 초래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말에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천명한 전략방위구상(SDI)은 존재하지도 않는 구상일 뿐이었는데 냉전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만큼 무기체계로 이루어진 국제정치의 생태계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이 불안정성 자체가 우리에게는 딜레마가 되는 것이고, 만일 이 딜레마를 잘못 관리하면 우리는 국가 생존과 번영에 있어 매우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런 만큼 이 생태계는 우리에게 진화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끔찍한 공포를 선사한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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