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군사] 킬체인의 정치학
▶ 킬체인 구축에 따른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킬체인이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 직전에 탐지하고 식별해 요격하는 선제타격 시스템을 가리킵니다.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 직전에 찾아내 무력화한다는 이야기는 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어디까지 가능한 전략일까요. 킬체인의 실효성과 문제점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연설에서 “강력한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유지하면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 대응 능력을 조기에 확보해 북한 정권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윤희 합참의장 역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적이 도발하면 주저 없이 응징하겠다.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지휘세력까지 초토화시키겠다. 적이 도발하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가를 처절히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억지 의지가 매우 결연하게 들린다.
북한의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 2월 3차 핵실험 강행 등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 국면은 분명 한국 사회가 안보의식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정부, 특히 군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이를 소형화하여 그들의 중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등장한 개념이 ‘킬체인’이다.
1분 안에 북한 공격 탐지할 수 있는가 킬체인은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 직전에 요격하는 선제타격 시스템을 말한다. 이것은 군이 보유한 각종 정찰 자산을 이용해 표적을 탐지, 추적, 정밀타격하는 과정의 연속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예방 차원에서 발사 예상 지점을 먼저 공격하겠다는 대북 군사억지 전략의 개념이다.
대다수 국민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어찌 보면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정책도 그런 바람의 반영일 것이다. 그러나 포용이든 압박이든 대북정책의 공통분모는 바로 북한의 도발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킬체인 전략은 분명 의미있는 대북 군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안보전략이든지 그 실효성은 반드시 검증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그렇다. 과연 킬체인은 현실성 있는 전략인지, 실제로 북한의 도발을 선제적으로 억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전략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강화해줄 것인지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킬체인의 실효성을 논의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억지’라는 개념이다. ‘억지하다’(To Deter)는 ‘방지’(Prevent)하고 ‘체벌’(Punish)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억지전략은 적의 공격이 감행될 때 이를 방어할 것을 넘어, 반격해서 적에게 좀더 많은 피해를 입히겠다는 능동적인 개념이다. 또한 “억지력이 있다”는 말은 방어와 체벌의 가능성을 전제함과 동시에 “네가 만약 나를 공격한다면, 나는 너를 반드시 때려눕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때 아이러니한 게 있는데, 자국의 억지력은 결국 상대국도 “얼마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곧 상대국도 나와 같은 가치체계를 공유하고 있어야만 억지력이 실효성을 갖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영토와 주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상대 역시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상대에게 보내는 억지력의 신호가 인식되며, 상대로 하여금 나에 대한 선제공격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내가 공격한다면 저들은 나에게 체벌을 가해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게 바로 억지력의 심리적 이면이다. 따라서 억지력은 군사적 능력과 도발 시 체벌 의지 그리고 상대방의 이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안보 강화를 위해 수립된 킬체인 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국방 비전은 이렇다. 킬체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첫째, 1분 안에 북한의 선제적 공격 움직임이 우리 정보 당국에 탐지되어야 한다. 둘째, 1분 안에 북한이 어디서 무엇으로 공격할 것인지의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셋째, 3분 안에 군 최고지도자는 선제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반드시 북한이 선제공격을 감행하기 전에 타격해야 한다. 다섯째, 우리의 공격이 북한의 도발 원점을 파괴했는지, 그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적의 반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은 어떠한가? 우리에겐 없는 게 많아도 너무 많다. 우리에겐 군사위성이 없다. 고고도 무인정찰기도 없다. 가진 거라곤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5호, 전방 지역의 영상 정찰과 감청이 가능한 정찰기 ‘금강’과 ‘백두’ 그리고 해군 이지스함의 레이더 정도다. 우리 자력으로는 절대 북한을 탐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북한을 관찰할 수 있는 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대북정보를 미국에 과도하게 의지해왔던 관성의 대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방부가 미군과 100% 실시간으로 모든 군사정보를 공유한다고 치더라도, 과연 국방부가 1분 안에 북한의 주요 공격시설과 민감한 표적을 모두 탐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겨울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에 수일간 노출되어 있던 높이 30미터의 은하로켓 3호 발사 조짐을 탐지하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 군이 북한 전역의 전략시설들을 어떻게, 그리고 제대로 탐지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전에
발사 예상지점 먼저 공격하는
대북 군사억지전략 킬체인
그러나 우리에게 그 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 있을까 독자적인 전시작전권 없어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통령이 결단할 수 없다
한미연합사의 협의를 거쳐
명령 내려야 하는 게 현실 정밀타격 가능한 전투기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든 북한의 핵공격 징후를 1분 안에 탐지하고, 표적을 획득했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향해 핵미사일을 사용할 만한 군사적 상황이란 곧 준전시 상황이거나,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전이 확대될 조짐이 있거나,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대통령은 바로 자위권을 발동해 선제공격 명령을 내려야 한다. 군사적 긴급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단계, 이 단계가 바로 킬체인의 핵심이다. 이 단계는 대통령에게 위임된 통치권이 발동되는 정치적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은 독자적인 선제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 한국은 현재 독자적인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킬체인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우리 대통령은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협의를 거쳐 공격 명령을 내려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서 킬체인과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주장은 상호 모순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킬체인 구현에 필요한 물리적 능력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면 보강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북한의 공격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권한인 전시작전권 환수 시점을 뒤로 물린다면, 우리 정부가 실제로 킬체인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대북억지력이란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되찾아오고, 사즉생의 각오를 다질 때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위권을 발동해 독자적인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우리 군은 현무-3 지대지 순항미사일, 현무-1·2 지대지 탄도미사일, 해성-2 함대지 미사일, 그리고 해성-3 잠대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자랑스러운 ‘명품 무기’들을 두고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그 명중률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심심치 않게 이 명품 무기들의 불량 발생으로 국산 무기체계의 신뢰성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가진 현재 수준의 미사일 체계로는 깊은 산중이나, 산악 뒷면, 그리고 갱도 속에 있는 북한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것이다. 현재 공군이 보유한 가장 효과적인 타격 무기는 사거리 270㎞의 슬램이아르(Slam-ER)이다. 하지만 최신예 전투기인 F-15K를 발진시켜 휴전선 이남에서 슬램이아르를 발사한다 한들, 함경도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을 구입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는 판매 승인을 불허했다. 차선책으로 독일제 미사일(타우루스)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미국산 전투기에 장착하려고 하니 기술적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는 또다시 자주국방의 중요성과 아쉬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대북 도발억지 의지가 높다고 해도 능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된다. 보수세력으로부터 친북 좌파 정권이라고 비판받았던 노무현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연평균 8.8%의 국방예산을 증액시켰다. 현재 그나마 우리가 보유한 대북 억지용 군사자산인 공군의 F-15K, 공중 조기경보기 ‘피스아이’, 해군의 이지스함 등도 노무현 정부 때 획득한 무기들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안보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5년 동안 국방예산을 연평균 5.3% 올리는 데 그쳤다. 노무현 정부 말기, 대북 탐지와 표적 획득에 중요한 전력 자산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구매가 결정되었으나, “미국이 도와줄 텐데 그 비싼 무기 왜 사오느냐”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구매 계획은 없던 일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가격이 약 4배나 뛴 구형 글로벌 호크를 구매해야 할 상황이다. 자주국방 의지와 대북 포용정책이 전제조건 대북 억지의 중심축으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언급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예산안을 보면, 과연 킬체인을 추진할 의지가 진정으로 있는지 의심스럽다. 2014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고작 4.1%에 그쳤다. 킬체인 관련 예산은 1조1164억원에서 9997억원으로 1167억원이 깎였다. 특히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예산, 현무 성능개량, 중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의 소요예산은 줄줄이 삭감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20년대로 예정되었던 킬체인 구축 시기를 2020년대 초반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은 정부의 킬체인 조기 구축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백번 양보해서, 전시작전권 전환은 안보 환경에 따라 연기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국방예산 증가가 저조한 상황에서 강력한 구호로 외쳐지는 킬체인 공약은 과연 북한에 어떠한 모습으로 비칠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대북 억지의 초석이 자주국방에서 나온다는 점, 그리고 자주국방의 초석은 강화된 실천적 억지력에 나온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예산안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북 킬체인의 완성은 그 표적인 북한에 의해 완성된다. 즉,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의 억지 의지를 명확히 인식하게 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가 완벽한 능력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들, 북한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킬체인의 억지효과는 미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에 우리의 의지를 어떻게 확인시킬 수 있을까. 그건 한국은 한국이 방어한다는 자주국방 의지를 현실화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환수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북한한테, 만약 도발할 경우 우리는 죽기 살기로 체벌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내는 것이 된다. 동시에 육해공군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독자적 대북정찰능력을 확보하고, 중장거리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전투항공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북한과의 대화다. 도발하는 북한에는 도발 불용과 체벌 의지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하지만, 도발하지 않는 북한에는 좀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북한한테 안정된 한반도 안보 상황, 상호호혜적인 남북관계가 그들의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과 조건이 가능할 때야만 우리의 대북 군사억지 정책인 킬체인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 구축에 공헌하는 긍정적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능력과 의지의 신뢰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공공연히 외쳐대는 ‘대북 원점 타격’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되레 안보 불안감만 조성되는, 뜻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킬체인의 시작은 군사능력의 보강에서, 킬체인의 완성은 자주국방 의지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에 의해 가능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사 예상지점 먼저 공격하는
대북 군사억지전략 킬체인
그러나 우리에게 그 전략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 있을까 독자적인 전시작전권 없어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통령이 결단할 수 없다
한미연합사의 협의를 거쳐
명령 내려야 하는 게 현실 정밀타격 가능한 전투기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든 북한의 핵공격 징후를 1분 안에 탐지하고, 표적을 획득했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향해 핵미사일을 사용할 만한 군사적 상황이란 곧 준전시 상황이거나,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전이 확대될 조짐이 있거나,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대통령은 바로 자위권을 발동해 선제공격 명령을 내려야 한다. 군사적 긴급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단계, 이 단계가 바로 킬체인의 핵심이다. 이 단계는 대통령에게 위임된 통치권이 발동되는 정치적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은 독자적인 선제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 한국은 현재 독자적인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킬체인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우리 대통령은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협의를 거쳐 공격 명령을 내려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서 킬체인과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주장은 상호 모순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킬체인 구현에 필요한 물리적 능력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면 보강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북한의 공격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권한인 전시작전권 환수 시점을 뒤로 물린다면, 우리 정부가 실제로 킬체인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대북억지력이란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되찾아오고, 사즉생의 각오를 다질 때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위권을 발동해 독자적인 공격 명령을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우리 군은 현무-3 지대지 순항미사일, 현무-1·2 지대지 탄도미사일, 해성-2 함대지 미사일, 그리고 해성-3 잠대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자랑스러운 ‘명품 무기’들을 두고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그 명중률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심심치 않게 이 명품 무기들의 불량 발생으로 국산 무기체계의 신뢰성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가진 현재 수준의 미사일 체계로는 깊은 산중이나, 산악 뒷면, 그리고 갱도 속에 있는 북한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것이다. 현재 공군이 보유한 가장 효과적인 타격 무기는 사거리 270㎞의 슬램이아르(Slam-ER)이다. 하지만 최신예 전투기인 F-15K를 발진시켜 휴전선 이남에서 슬램이아르를 발사한다 한들, 함경도의 도발 원점을 타격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을 구입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는 판매 승인을 불허했다. 차선책으로 독일제 미사일(타우루스)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미국산 전투기에 장착하려고 하니 기술적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는 또다시 자주국방의 중요성과 아쉬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대북 도발억지 의지가 높다고 해도 능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된다. 보수세력으로부터 친북 좌파 정권이라고 비판받았던 노무현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연평균 8.8%의 국방예산을 증액시켰다. 현재 그나마 우리가 보유한 대북 억지용 군사자산인 공군의 F-15K, 공중 조기경보기 ‘피스아이’, 해군의 이지스함 등도 노무현 정부 때 획득한 무기들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안보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5년 동안 국방예산을 연평균 5.3% 올리는 데 그쳤다. 노무현 정부 말기, 대북 탐지와 표적 획득에 중요한 전력 자산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의 구매가 결정되었으나, “미국이 도와줄 텐데 그 비싼 무기 왜 사오느냐”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구매 계획은 없던 일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가격이 약 4배나 뛴 구형 글로벌 호크를 구매해야 할 상황이다. 자주국방 의지와 대북 포용정책이 전제조건 대북 억지의 중심축으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언급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예산안을 보면, 과연 킬체인을 추진할 의지가 진정으로 있는지 의심스럽다. 2014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고작 4.1%에 그쳤다. 킬체인 관련 예산은 1조1164억원에서 9997억원으로 1167억원이 깎였다. 특히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예산, 현무 성능개량, 중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의 소요예산은 줄줄이 삭감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20년대로 예정되었던 킬체인 구축 시기를 2020년대 초반으로 앞당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은 정부의 킬체인 조기 구축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백번 양보해서, 전시작전권 전환은 안보 환경에 따라 연기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국방예산 증가가 저조한 상황에서 강력한 구호로 외쳐지는 킬체인 공약은 과연 북한에 어떠한 모습으로 비칠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안보에는 진보와 보수가 없다는 명제에 동의한다면, 대북 억지의 초석이 자주국방에서 나온다는 점, 그리고 자주국방의 초석은 강화된 실천적 억지력에 나온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예산안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대북 킬체인의 완성은 그 표적인 북한에 의해 완성된다. 즉,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의 억지 의지를 명확히 인식하게 해야 한다. 아무리 우리가 완벽한 능력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한들, 북한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킬체인의 억지효과는 미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에 우리의 의지를 어떻게 확인시킬 수 있을까. 그건 한국은 한국이 방어한다는 자주국방 의지를 현실화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환수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북한한테, 만약 도발할 경우 우리는 죽기 살기로 체벌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내는 것이 된다. 동시에 육해공군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독자적 대북정찰능력을 확보하고, 중장거리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전투항공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북한과의 대화다. 도발하는 북한에는 도발 불용과 체벌 의지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하지만, 도발하지 않는 북한에는 좀더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북한한테 안정된 한반도 안보 상황, 상호호혜적인 남북관계가 그들의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과 조건이 가능할 때야만 우리의 대북 군사억지 정책인 킬체인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 구축에 공헌하는 긍정적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능력과 의지의 신뢰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공공연히 외쳐대는 ‘대북 원점 타격’ 주장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되레 안보 불안감만 조성되는, 뜻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킬체인의 시작은 군사능력의 보강에서, 킬체인의 완성은 자주국방 의지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에 의해 가능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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