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애도기간 끝나… ‘김정은 체제’ 성격 주목
김정일 사망 직전 ‘전향적 태도’ 이어갈지 기대
김정일 사망 직전 ‘전향적 태도’ 이어갈지 기대
미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례식이 끝남에 따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고, 북한이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 북-미 관계에 어떻게 나올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28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지금 애도기간으로, 최근 나라의 미래 리더십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며 “우리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또다른 북한의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애도기간이 29일로 끝난 이후 ‘김정은 체제’의 성격이 좀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며, 북-미 대화와 식량지원 협상에 대해서도 북한이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밝힌 것이다. 그때까진 미국이 먼저 나서지 않고 북한의 제안을 ‘기다려 보겠다’(wait and see)는 뜻이다.
특히 미국은 김 위원장 사망 직전 북한에 대한 대규모 영양지원과 3차 북-미 대화 개최 등과 관련해 북한이 전과 달리 미국의 요구를 상당 수준 받아들이려 하는 등 전향적 모습을 보인 것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직전까지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애초 지난 22일 열릴 예정이던 3차 북-미 대화와 영양지원도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애도기간 뒤 언제쯤 북-미 대화와 식량지원 협상 등 바깥으로 눈을 돌릴 여유를 찾게 될지에 대해선 미국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인 지난 19일에도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에 식량지원 관련 논의를 제안하는 등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직전 우라늄 농축 중단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나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이를 암시하는 듯한 전향적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 사후 한반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조건에서 대화 과정이 재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미국 쪽과 인식을 같이했다”며 “북한이 올바른 시그널을 보내오기만 하면 미국은 다시 대화에 응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북-미 대화가 조만간 열릴 가능성도 언급했다. 임 본부장은 ‘올바른 조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임 본부장과 조현동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글린 데이비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과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등과 함께 국무부에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이날 성 김 주한미국대사가 국무부를 방문했는데, 북한의 동향과 전망, 그리고 한국 정치권 움직임 등을 보고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김 대사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통합당 원혜영·이용선 공동대표를 차례로 예방하고 김 위원장 사망 뒤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