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위 사진 앞줄 오른쪽 둘째) 일행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아래 사진 가운데) 일행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마치고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돌아오고 있다. 파주/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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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7일 “순수 조문 차원의 방북이었고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따로 면담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의 방북을 수행한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많은 인파가 있어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별도 면담할 수 없었다. 40~50분 이상 기다렸다가 10분 정도 면담했다”며 “여사(이 이사장)께서 김 부위원장에게 위로의 말씀을 했고 김 부위원장은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도 “애도 표시만 했고 별도 얘기는 없었다. 따로 만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어 “오늘 오전에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면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면담에서 이 여사는 ‘6·15, 10·4 선언이 계속 잘 이행되길 바라며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6·15와 10·4 남북공동선언과 관련해 세 분(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사무총장은 다른 북쪽 인사와의 면담 여부에 대해 “어제 오찬, 만찬, 오늘 조찬까지 현대 쪽 일행과 따로 했고 북쪽 인사들은 한 분도 참여 안 했다”며 “순수한 조문으로 국한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평양을) 떠날 때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배웅을 나와 잠깐 만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방북이 순수한 조문 차원이었지만, 김정은 부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 자체만으로도 성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6·15와 10·4의 계승을 언급해, 남북관계 개선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눈에 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두 분이 가서 김정은 부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남북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양쪽이 조심스럽게 접근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쪽은 조문단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나와 이 이사장의 귀환을 영접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조문단을 백화원초대소에서 영접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김정은 대장 동지가 6·15 때와 똑같은 대우로 모시라고 지시해 (김 전 대통령 부부가 묵었던) 백화원초대소 101호를 똑같이 (제공)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김영남 상임부위원장, 김양건 비서, 원동연 부부장 등 모두가 김정은 부위원장을 ‘대장 동지’로 불렀으며,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당과 국가 최고영도자인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를 높이 받들고 김정일 장군의 위업을 완성하는 데 결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김 부위원장의 후계체제가 안정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이날 김정은 부위원장이 26일 저녁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조문하는 두 사람 일행을 깍듯이 맞이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는 이희호 이사장이 조문할 때 두 손으로 이 이사장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였으며, 이 이사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현 회장의 경우에도 두 손으로 손을 잡고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통일부는 26일 북쪽 통행검사소에서 조문단 일행을 맞은 북쪽 인사가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이 아니라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등 10여명이었다고 바로잡았다.
김규원, 파주/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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