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참배때 김정은 곁 4번째…두아들 정남·정철 행방묘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9일째인 25일까지 그의 혈육 가운데 참배 때 모습을 드러낸 것은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그리고 딸 김여정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정도다.
김경희 부장은 지난 23일 참배 때 김정은으로부터 4번째에 섰다. 14번째인 장의위원 서열보다 한참 앞선 위치이고, 앞서 20일 첫 조문 때 뒷줄 5번째에 섰던 데 견줘도 대폭 전면에 나선 것이다. 김여정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은 20일과 23일 모두 김 부위원장의 바로 뒤에 섰다.
김경희 부장의 ‘전진 배치’는 의미가 작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전에 아무리 화가 났을 때도 김경희 부장이 하는 말은 들었다고 할 정도로 여동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 과정에서 핵심적 구실을 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참배 때 김 부장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대장 군복을 입고 등장한 것과 맞물려 이들 부부가 김정은 후계체제의 핵심 후견인 구실을 할 것이란 분석도 많다.
제도적으로도 김경희 부장은 김정은 체제의 ‘후원자’가 될 수 있는 안정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생전인 지난해 9월27일 김 부장은 여성임에도 김정은 부위원장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았다. 김정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뒤에는, 김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수행하는 횟수도 부쩍 늘었다. 지난 5월 김정일 위원장이 방중하고 귀국할 때는 김정은 부위원장과 함께 국경까지 마중을 나오기도 했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후계 수업에서 김경희 부장이 상당한 막후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한다.
결국 김 부장이 김정은 체제의 보호자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던 원로들은 김정일 위원장과 김경희 부장 남매를 애틋하게 여겼다”며 “이들이 김경희를 중심으로 뭉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경쟁자인 아들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마카오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이나 평양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철은 현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들이 실제로는 참배를 했더라도 국영 방송을 통해 그 장면을 내보내진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은 1994년 아버지 김일성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당시 북한 방송은 그와 그의 어머니 김성애의 모습을 삭제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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