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왼쪽 첫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4일 김정은(가운데)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동행한 모습. 그가 군복 차림으로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군복에 대장 계급장(네모 안)이 달린 점으로 미뤄 최근 대장 칭호를 수여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 왼쪽의 리영호 총참모장과 뒷줄 오른쪽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군부 내 강력한 김 부위원장 지지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연합뉴스
‘실세’ 장성택 위상 강화
당·정 넘어 군부까지 통제
포괄적 막후조정 힘실려
최측근 집단보좌체제의 핵
당·정 넘어 군부까지 통제
포괄적 막후조정 힘실려
최측근 집단보좌체제의 핵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5일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대장 군복을 입고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장 위원장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부 출신이 아닌 장 부위원장은 공식적으로 군 직함을 부여받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군복을 입고 나타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최대 후견인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과 정부는 물론이고 군까지 포괄해 조정하는 위상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후견인 그룹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선군 영도, 선군 정치를 재확인·계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동시에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 당과 정부뿐 아니라 군부에 대한 장악에까지 나섰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장 부위원장이 이날 참배 때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군부의 최대 실세로 알려진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바로 옆에 서 있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공식 장의위원 서열에서 19위였던 장 부위원장이 실제 참배에서 서열 4위의 리 총참모장 옆에 서 있었다는 것은 장 부위원장의 실질적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체제에 대한 안팎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먼저 군부를 장악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장 부위원장이 군에 대한 영향력은 적지만, 김 부위원장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상징적인 조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이 장 부위원장에게 군에도 관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 당·군 최측근의 집단 보좌체제를 구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북한군의 계급서열은 원수-차수-대장-상장-중장-소장으로 이어진다. 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혁명 1세대인 리을설만 남게 됐으며, 차수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리영호 총참모장 등 7명이다. 논리적으로는 장 부위원장의 대장 계급보다 상위 계급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김정은 부위원장과 그의 고모 김경희 경공업부장도 대장이다. 정부의 한 관리는 “북쪽 군 체계의 특성상 군 계급이 절대적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최고권력자와의 친밀도나 충성도 등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김정은 부위원장이 군을 다 통괄하기 어려운 만큼 장성택에게 군복을 입혀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장 부위원장의 대장 군복에 큰 정치적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장 부위원장이 군사조직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를 지도하는 위치에 있고, 지난해 9월 대장 칭호를 받은 최룡해 당 비서와의 형평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장 부위원장에게 대장 칭호가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이 장 부위원장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취한 조처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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