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단체들, 북 주민들 참상 악화 경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인해 북한과 미국의 식량지원 협상 및 민간단체의 지원이 지체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식량·의료난이 심각하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 등 북한 식량지원 활동을 해온 비정부기구(NGO)들은 몇 달 안에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구호기구인 ‘머시코’ 관계자는 “6주에서 3개월 안에 식량지원이 가동되지 않으면, 4월 이전에 북한 주민들의 배급식량이 크게 줄고, 아이들이 (굶주려)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올 들어 극도의 영양실조로 몸이 붓는 부종 현상이 일어나는 아이들과 저체중 출생아가 50~100% 늘었다고 단체들은 전했다. 덴마크 구호단체 ‘미션 이스트’의 킴 하르츠네르는 “북한은 늘 1년 중 두 달치 식량이 부족한데, 이 중 2주분은 수입으로 2주분은 원조로 충당한다. (현 수준에서) 북한은 한 달치 식량이 없는 것”이라며 북한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북한 방문에서 6살 여자아이의 위팔 둘레가 10㎝밖에 안 되고, 몸무게는 1살짜리 수준이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미국 <포린 폴리시>도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식량지원 계획이 지연될 수밖에 없어 북한 주민들의 처지가 더 악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민간교류단체 ‘㈔하나됨을 위한 늘푸른삼천’과 창원시약사회가 항생제·영양제 등 1억5000만원어치 의약품을 28일 남포시 와도구역병원에 전달하려던 계획이 무기한 중단됐다. 김 위원장 사망 뒤 통일부가 방북허가 신청 철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고양평화누리가 20일 밀가루 250t을 황해북도 어린이시설 5곳에 보내려던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올해 41만4000t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부산/김광수 기자 h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