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20일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검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촬영
[김정은 체제 집중분석] ② 대외정책 어디로
미국에 안전보장 받기 위해 ‘핵협상 정면돌파’ 점치기도
중국의 지원 더 절실해져 대외관계 개선 지렛대 작용 군부 장악 못하고 휘둘릴 땐 ‘강경 대결모드’ 치달을 수도
대화 나서도록 이끌기 위해 한-미정부 적극적 노력 필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대외관계를 어떤 기조로 끌고 갈 것인가?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하는 질문이지만, 일정한 예측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 눈여겨 볼 자료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문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이 꼽힌다. 김정은 체제의 통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언급이 담긴, 현재로선 유일한 공식 문건이다.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당·군·정 핵심기관의 명의로 발표됐다. 발표문은 대남 관계와 관련해 “우리는 조국통일 3대헌장과 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외 관계 전반에 대해선 “우리 당과 인민은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기초해 세계 여러 나라 인민들과의 친선단결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과 친선단결 강화를 내건 것은 추상적이나마 대외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대외적으로 화해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남·대외 관계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스탠스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갓 시작된 김정은 체제가 민심을 다잡고 내부적 안정을 다지기 위해서도 대외 관계, 특히 북-미 관계에서 성과를 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정일 위원장이 추진해온 북-미 대화 기조가 김정은 체제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민심을 장악하기 위해선 내년에 ‘강성대국’이 되면 실질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에서 아버지 때보다 나아졌다는 느낌을 주민들에게 줘야 한다”며 “미국의 식량지원이 절실한 만큼 핵문제 협상에서도 유연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장례와 애도를 이유로 북-미 핵협상을 중단한 지 한 달 만에 곧바로 속개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런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장례 기간 북-미 핵 협상이 어느 정도 지연될 수는 있지만, 장기간의 협상 공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담보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핵 협상도 정면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밀착이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 방향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내부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체제로선 당분간 중국이라는 후견 세력의 지지와 지원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 정세 관리 차원에서 돌발 행동을 자제하고 6자회담과 미-북 대화에 나서라는 중국의 요구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대남 관계에서도 원칙적으로 남쪽과 대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다. 연평도 포격을 지휘한 김격식 4군단장이 김정일 위원장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빠진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김연수 교수는 “대화 문을 열어두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남쪽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계속 전제로 내걸 경우 북한이 먼저 이를 수용하고서라도 대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권력 기반의 취약성이 김정은 체제의 대외 관계 개선 의도를 굴절시킬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특히 군부의 입김이 대외 관계를 강경 모드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군대를 철저하게 장악했던 아버지와 달리 군부 장악력이 약한 김정은으로선 비핵화에 부정적인 군부의 입장을 거스르면서까지 협상을 이끌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며 “또 내부의 민심 이반이 깊어질 경우 의도적으로 군사적 도발 등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내부 단결을 도모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도 “대외정책에서 당·정·군 내부의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김정은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체제의 대외 정책 기조를 대화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한·미 정부의 적극적 노력도 요구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김정일 사후 오랫동안 북한을 외부세계와 차단한 채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매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남북경협의 확대라는 지렛대를 사용해 김정은의 군사주의적 성향을 약화시키고 실용주의적 성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중국의 지원 더 절실해져 대외관계 개선 지렛대 작용 군부 장악 못하고 휘둘릴 땐 ‘강경 대결모드’ 치달을 수도
대화 나서도록 이끌기 위해 한-미정부 적극적 노력 필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대외관계를 어떤 기조로 끌고 갈 것인가?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하는 질문이지만, 일정한 예측은 가능하다. 이를 위해 눈여겨 볼 자료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문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이 꼽힌다. 김정은 체제의 통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언급이 담긴, 현재로선 유일한 공식 문건이다.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당·군·정 핵심기관의 명의로 발표됐다. 발표문은 대남 관계와 관련해 “우리는 조국통일 3대헌장과 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외 관계 전반에 대해선 “우리 당과 인민은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기초해 세계 여러 나라 인민들과의 친선단결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과 친선단결 강화를 내건 것은 추상적이나마 대외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대외적으로 화해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남·대외 관계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스탠스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갓 시작된 김정은 체제가 민심을 다잡고 내부적 안정을 다지기 위해서도 대외 관계, 특히 북-미 관계에서 성과를 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정일 위원장이 추진해온 북-미 대화 기조가 김정은 체제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민심을 장악하기 위해선 내년에 ‘강성대국’이 되면 실질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에서 아버지 때보다 나아졌다는 느낌을 주민들에게 줘야 한다”며 “미국의 식량지원이 절실한 만큼 핵문제 협상에서도 유연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장례와 애도를 이유로 북-미 핵협상을 중단한 지 한 달 만에 곧바로 속개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런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장례 기간 북-미 핵 협상이 어느 정도 지연될 수는 있지만, 장기간의 협상 공백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담보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핵 협상도 정면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밀착이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 방향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내부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체제로선 당분간 중국이라는 후견 세력의 지지와 지원에 더욱 기댈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 정세 관리 차원에서 돌발 행동을 자제하고 6자회담과 미-북 대화에 나서라는 중국의 요구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대남 관계에서도 원칙적으로 남쪽과 대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많다. 연평도 포격을 지휘한 김격식 4군단장이 김정일 위원장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빠진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김연수 교수는 “대화 문을 열어두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남쪽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계속 전제로 내걸 경우 북한이 먼저 이를 수용하고서라도 대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권력 기반의 취약성이 김정은 체제의 대외 관계 개선 의도를 굴절시킬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특히 군부의 입김이 대외 관계를 강경 모드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군대를 철저하게 장악했던 아버지와 달리 군부 장악력이 약한 김정은으로선 비핵화에 부정적인 군부의 입장을 거스르면서까지 협상을 이끌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며 “또 내부의 민심 이반이 깊어질 경우 의도적으로 군사적 도발 등을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내부 단결을 도모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도 “대외정책에서 당·정·군 내부의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김정은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체제의 대외 정책 기조를 대화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한·미 정부의 적극적 노력도 요구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김정일 사후 오랫동안 북한을 외부세계와 차단한 채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매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남북경협의 확대라는 지렛대를 사용해 김정은의 군사주의적 성향을 약화시키고 실용주의적 성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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