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제정비에 소강국면 예고
민간 조문단 ‘지렛대’ 역할론도
민간 조문단 ‘지렛대’ 역할론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극단적인 대결구도로 치닫던 남북관계는 최근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변화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류 장관의 이른바 유연한 대북정책도 ‘과거사’인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발목이 잡히면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실제 남쪽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한동안 관망하던 북한은 최근 대남 비난을 재개했고,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남은 1년 동안 남북관계 개선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남북관계는 당분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북한 입장에서는 내부적으로 김정일 위원장 장례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체제 정비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북관계 등 대외 정책과 관련해 의미있는 제안을 할 경우 이는 내부적으로 체제 정비를 마친 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좀더 희박해진 것으로 보인다. 급작스레 정권을 물려받은 만28살의 김정은 부위원장이 내부 정비를 마치고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다소 촉박한 탓이다.
그러나 북한의 예상치 못한 변고는 정체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미묘한 국면이 남쪽의 활용 여부에 따라서는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20일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에게 조의를 표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씨 등 민간 차원의 조문단 방북을 허용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북한의 애도 분위기를 우리가 어떻게 잘 어루만지느냐 여부에 따라 그동안 부진했던 남북관계를 일거에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또 한번 남북관계가 뒤엉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북한 내부 정비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경우 내부 권력 다툼 과정에서 의도적인 외부 도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혼돈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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