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클린턴 미 국무 “북 안정적 전환 원해”
내부혼란땐 급변상황 우려
동시에 주변국과 긴밀협력
중국도 북 안정화에 최우선
내부혼란땐 급변상황 우려
동시에 주변국과 긴밀협력
중국도 북 안정화에 최우선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갑작스러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급변 상황을 우려하며 ‘안정적 관리’에 나섰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김정일 사망 정국’의 연착륙을 시도하는 등 신중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 국민들의 안녕을 깊이 우려하며, 이 어려운 시기에 관심과 기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 주민을 도울 준비가 돼있으며, 북한의 새 지도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지속적 안보를 위한 새 시대로 가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를 촉구한다”고도 했다.
클린턴은 앞서 19일엔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과 워싱턴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전환’(transition)을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형식으로 조의를 표시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도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 안보태세에서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북한군에 특이 동향은 없다”며 주한미군의 경계태세도 변화시키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자극을 피하는 동시에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이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상황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후지무라 오사무 일본 관방장관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한·미·일이 함께 하는 ‘콘클라베’(비밀회의)가 필요하다며, 3자간 고위급 회담의 조속 개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이 내부 혼란에 빠질 경우, 한반도 긴장 고조는 물론 핵문제가 미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칫 ‘악재’가 될 수 있는 김 위원장의 사망 국면에서, 신중한 위기관리로 상황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핵문제 해결의 발판을 만들어나가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실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권력이행은 바로 지금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며 “중요한 것은 새 지도자의 퍼스낼리티가 아니라 행정부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방향으로만 간다면 권력승계 등 체제문제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내비친 것이라 볼 수 있다.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은 더욱 신속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직접 방문해 조문하며 북한의 안정을 위해 중국이 힘을 싣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내보였다. 동시에 중국은 북-중 국경지대의 경계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현재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안정’”이라며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 빠져 동북아 정세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긴밀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외교부가 20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전화 통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안정화가 한반도 주변국들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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