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미룬 52시간 북에선 무슨일이…
“중국쪽에 사망소식 알리고
이해·협조 구했을 가능성도”
“중국쪽에 사망소식 알리고
이해·협조 구했을 가능성도”
북한 당국이 밝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시각은 17일 오전 8시30분이다. 그러나 발표는 19일 정오에 이뤄졌다. 꼬박 51시간30분이 걸렸다. 이 사이에 북한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김 위원장 사망과 발표 사이 이틀이 조금 넘게 걸린 시간은 ‘김정은 체제’로 가기 위한 내부 정비 기간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 위원장) 사망을 이틀 뒤에 발표한 것은 급박한 사태를 체계적으로 준비한 흔적으로 보인다”며 “그 시간 동안 김정은을 중심으로 측근이나 내각, 군, 당 등에서 합의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망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과 이후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교감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 기간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중국 쪽에 통보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안정적인 후계승계를 보장받는 데는 가장 긴밀한 동맹인 중국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엔엔>(CNN)은 중국이 북한의 공식 발표 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교소식통은 “과거 김일성 사망 때도 중국은 사전에 이를 북한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웨이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언제 김 위원장의 사망을 통보받았는지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더 자세한 소식을 제공할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까지 걸린 51시간30분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사망 사실이 숨진 지 34시간 만에 발표된 것과 비교된다. 이번에 사망 사실 발표에 시간이 더 걸린 것은 그만큼 김 위원장의 사후 체제 정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부검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사망 발표 시점이 늦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은 “이번 발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부검을 거쳐 사망 원인을 자세히 밝힌 것”이라며 “비교적 빨리 발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사망 원인에 대해 억측이 퍼질 경우 체제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정확한 원인을 밝히려 했던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베이징 도쿄/
박민희 정남구 특파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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