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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17년전 아버지처럼…평양 밖에서 심근경색으로 급서

등록 2011-12-19 20:40수정 2011-12-20 21:17

김정일 건강상태 비교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위원장 사망 원인은
2008년 뇌졸중 뒤 건강 악화…“현지지도 마친뒤 쇼크”
북, 사인 논란 불식하려는 듯 부검결과 확인 발표
6자회담 재개 앞두고…북-미대화 당분간 표류할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왜 갑자기 사망한 것일까? 북한이 밝힌 사망 원인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김 위원장의 사망이 내부 권력투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성급한 의혹도 일부에서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급병’이라는 북한의 발표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9일 <조선중앙텔레비전> 등 북한 매체 보도를 요약하면, 김 위원장은 12월17일 8시30분에 현지지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일어나면서 숨졌다.

김 위원장의 돌연사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김 주석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다 갑작스럽게 변고를 맞았다. 사망 원인이 심근경색과 심장성 쇼크인 것도 부자가 같다. 이런 이유로 김 주석 가계의 심장관련 질병이 가족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숨진 뒤 부검이 실시된 것도 두 부자가 마찬가지인데, 이는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북핵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북-미 관계가 방향을 틀고 있던 시점에 사망한 것도 김일성 주석 당시와 일정부분 닮았다. 김 위원장 사망으로 북-미 관계는 당분간 표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은 최근 우라늄 농축 중단 등 북핵 사전조치와 식량 지원을 교환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하고 22일께 중국 베이징에서 북-미 3차 대화를 열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994년 7월 북-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단계 북-미 회담을 열었으나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회담이 중단됐다가 3개월 뒤 재개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당분간 북-미 대화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이번 일이 예견돼 왔다고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의 건강상태와 김정은 후계체계 구축’이라는 논문에서 “김 위원장은 2009년 5월부터 당뇨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증이 악화돼 일주일에 2~3차례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왔다”며 “측근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회복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방한했던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탈북 인사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모든 의학적 정보를 종합할 때, (김 위원장의 남은 수명은) 3년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2009년 7월 “향후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이 29%에 불과하다”고 한국 쪽에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국내 전문의들도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객사’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평소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을 앓았던데다,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역시 심근경색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이 죽게 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고령, 고혈압, 당뇨, 흡연, 과거 심장질환 경력, 가족력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령인데다 비만, 동맥경화증, 당뇨, 고혈압 등 심근경색의 주된 위험 인자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과로와 추운 날씨 등이 겹치면서 심장병을 악화시킬 요소가 많았다”고 말했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북한의 국제·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근경색 발병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열차 이동 중에 응급처치가 지연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교수는 “심근경색이 발생한 뒤 아무리 늦어도 1시간 안에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이동 중이었기 때문에 이런 치료가 불가능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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