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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의 키워드로 읽는 천안함-③ 흡착물 논쟁

등록 2010-10-23 10:24수정 2010-11-30 14:59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 5월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국방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어뢰의 프로펠러 부분. 합조단은 어뢰의 흡착물과 천안함 함체의 흡착물질 모두 폭발로 생긴 알루미늄 산화물로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지난 5월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국방부에서 열린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어뢰의 프로펠러 부분. 합조단은 어뢰의 흡착물과 천안함 함체의 흡착물질 모두 폭발로 생긴 알루미늄 산화물로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 모래와 소금, 흡착물과 무관

흡착물은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규명 과정에서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의 과학적 분석에 오류가 있다는 논란을 불러왔던 사안이다. 이 오류는 곧 ‘어뢰 폭발은 없었다’는 의혹과 직결된다. 이는 또 ‘1번 어뢰’의 존재 등 정부 발표의 신뢰가 무너지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다.

여기서 흡착물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물질을 의미한다. 국방부는 이 흡착물이 폭발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서재정·이승헌·양판석 교수 등은 이것이 상온에서 오랜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가 10월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함 사건 재조사가 절실하다”고 강조하면서 그 이유로 제일 먼저 꼽은 것이 흡착물질이었다. 검증위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의 프로펠러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폭발과 무관하게 상온에서 생성되는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라고 강조했다. 검증위는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가 상온 또는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이라고 밝혔다. 폭발 등으로는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흡착물질이 폭발로 인한 고온 탓에 형성됐다면서 ‘어뢰설’의 주요 근거로 발표했던 국방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크게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증위는 흡착물질을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으로 있는 양판석 교수에게 보내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이 물질을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확보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이를 받아 9월24일부터 10월7일까지 엑스선회절분석(XRD), 에너지분광분석(EDS) 등 국방부가 진행한 조사 이외에도 적외선분광분석(FT-IR), 전자현미분석(EMP), 레이저라만(Laser Raman) 분광분석, 주사전자현미경(SEM) 관찰 등의 추가적인 조사방법으로 흡착물질을 분석했다.

검증위는 양 교수가 이런 추가적인 조사를 마친 결과 흡착물질의 주요 원소가 알루미늄(AI), 황(S), 염소(CI)인 것으로 확인했으며, 이들이 결합된 분자식은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 (AI4(OH)10(SO4)4H20)’와 대단히 흡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폭발물질 논란이 촉발된 것은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정치학)가 보낸 한 보고서를 통해서였다. 두 교수가 보고서를 낸 시점은 합조단의 흡착물 분석 결과 발표가 있은 지 열흘이 지난 6월 초였다.

이승헌 교수는 지난 6월10일 <한겨레21>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실험을 공개했다. 이 실험은 합조단의 말처럼 폭발에 따르는 고열과 용해, 급냉각이 이뤄질 경우 알루미늄이 전부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왜냐하면 국방부는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붙어 있는 흡착물을 엑스선회절기 검사를 한 결과 알루미늄 성분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그 이유로 폭발과 같은 고온·고압의 상태에서는 산화된 알루미늄이 비결정질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선 99.9% 순도의 알루미늄 시료를 고열에도 녹지 않는 시험관에 담은 뒤 고열을 견디는 철사로 연결해 전기로에 집어넣었다. 열은 알루미늄의 녹는점인 660도보다 훨씬 높은 1,100도까지 올렸다. 그리고 그 온도에서 40분 정도를 유지했다. 그런 뒤 철사를 당겨 2초 이내에 상온의 찬물에 집어넣어 급속히 식힌 다음 에너지분광기와 엑스선회절기 분석을 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 알루미늄이 상당 부분 검출됐다. 이 교수는 고열처리와 급속냉각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100% 비결정질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보인 것이다. 이 교수는 실험 뒤 “합조단의 발표처럼 알루미늄이 100% 산화할 확률은 0%에 가깝고, 그 산화한 알루미늄이 모두 비결정질로 될 확률 또한 0%에 가깝다”며 “합조단이 발표한 것처럼 모든 알루미늄이 100%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해 엑스선회절기 분석에서 검출되지 않을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럼 흡착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모래와 소금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폭발과는 상관없는 물질이죠.”(이승헌 교수) 이는 알루미늄 성분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고 알루미늄이 들어간 폭발물의 폭발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논란이 계속되던 지난 6월24일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으로 있는 양판석 박사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양 박사는 메일에 담긴 보고서에서 “합조단이 내놓은 분석 결과를 검토하면 흡착물질은 폭발물질에서 발생하는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양 박사의 분석은 간단하다. 흡착물질을 알루미늄 산화물(산화알루미늄)의 비율로 보기에는 알루미늄과 산소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양 박사는 <한겨레21>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승헌 교수가 알루미늄 용해와 급속냉각 실험에서 얻은 자료에서는 알루미늄을 1로 했을 때 산소비율이 0.25가 나고, 미국표준기술연구소의 에너지분광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해 얻은 산화알루미늄 분석에서도 0.23이 나왔다”며 “이 비율이 0.8~0.9로 나온 합조단의 물질을 폭발의 결과물인 알루미늄 산화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논쟁을 거치면서 이승헌·서재정·양판석 교수들은 현재 국회 등 공신력 있는 제3자가 다시 실험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방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하어영 <한겨레> 한겨레2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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