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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집중분석 ‘천안함 기뢰설’] 지지자도 많고, 한계도 많고

등록 2010-10-16 18:01수정 2010-10-19 18:12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위 그래프에서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돌 때 속도가 기존의 7노트에서 9노트로 급격히 올라갔다며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영선 의원실 제공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위 그래프에서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돌 때 속도가 기존의 7노트에서 9노트로 급격히 올라갔다며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영선 의원실 제공
15일 군사법원 국감감사장에서 기뢰설 다시 등장

전직 해군장교 “가능성 낮지만 어뢰설보다는 높아”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15일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침몰 의혹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기뢰폭발설을 제기하면서 기뢰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박 의원의 문제제기를 살펴보자. 박 의원은 천안함 사고발생인 3월26일 밤 당시 천안함이 급격히 유턴을 하면서 속도를 올렸다는 내용의 데이터 분석 자료를 내놓으며,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다.

 박 의원은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상에 나타나는 데이터를 지도상에 입력한 결과 천안함이 국방부가 주장하는 사건발생 시각 몇분전에 급격하게 U턴을 했으며, U턴 당시 속도도 높였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그래프에 따르면 천안함은 사고해역 근처인 A지점에서 B지점으로 돌았는데 이때 속도를 그 이전의 7노트에서 9노트로 급히 올렸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회전을 할 때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보통인데, 오히려 이를 늘린 것은 ‘이상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전문가들에게 이런 현상을 보여주었을 때 전문가들은 “어떤 장애물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물망 등에 걸린 기뢰가 그 ‘장애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전했다.

기뢰설은 국방부의 ‘북한 어뢰설’을 비판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제시하는 천안함 폭발설이다. ‘기뢰설’은 1970년대 중반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 등에 설치된 이 육상조종기뢰(LCM: Land Controlled Mines)와 긴밀한 관련을 맺는다. 국방부가 펴낸 <천안함 최종보고서>는 이 육상조종기뢰의 설치 시기를 1977년 7~10월로 밝히고 있다. 당시 “백령 도서군에 대한 북한의 상륙 세력을 해상에서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군본부에서 추진한 것”이며 “MK-6 폭뢰(수상함의 대잠수함용 무기)에 안전핀, 안전커버, 뇌홍(기폭화약), 피스톨을 제거하고 전기식 뇌관과 도전선을 연결하여 서북도서지역에 설치하였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후에 이 기뢰를 제거하려고 했으나 아직도 100여발이 백령도 앞바다에 남아 있다.

이 기뢰가 천안함 폭발을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기뢰설을 초기에 주장한 이는 박선원 미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이다. 하지만, 기뢰설이 크게 확산된 것은 <한겨레>가 특종보도한 러시아 천안함 보고서 요약본에서 러시아가 이 기뢰를 천안함 폭발의 원인으로 지명하면서부터였다. 러시아 조사단은 보고서에서 “함선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가 9월1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가 천안함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는 이유는 조사 결과를 밝히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밝혀 논란을 키웠다. 그레그 대사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해왔다.

국방부는 이 기뢰설에 대해 몇십년간 수십m의 바닷속에 잠겨 있던 기뢰가 천안함을 폭발시켰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21>이 제806호(2010년 4월 16일)에서 인터뷰한 전직 해군 최고위급 인사도 기뢰에 의한 폭발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0년대 “소위로 임관해 기뢰를 설치했고 함장으로 서해안을 수시로 오가던 때에 회수 과정에 참여했다.” 그런데 그는 물속에서 30년 이상 된, 제작 연도 기준으로는 그 2배 이상인 유실된 기뢰가 천안함을 만나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한겨레21>에 따르면, 기뢰가 그동안 화약 기능 손상은 없었더라도 천안함과의 충돌, 혹은 전기적 작용에 의한 폭발을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여러 단계의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이렇게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기뢰 폭발 가능성이, 최소한 북한의 어뢰 공격 가능성보다는 높다고 말했다.

기뢰폭발설의 두 번째 단점은 기뢰폭발의 경우 어뢰폭발처럼 큰 충격파와 버블제트 등 폭발력이 발생하는데, 천안함에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자문위원인 카이스트 신영식 교수는 천안함을 두쪽낼 정도의 폭발력이면 100G 정도의 중력가속도가 발생해 승조원들이 총알처럼 튀어나가 부딪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뢰에 의한 폭발도 폭발이기 때문에 이런 충격파 등이 존재해야 할 텐데, 침몰된 천안함 선체나 승조원들의 상태로 볼 때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뢰설을 주장하는 원거리 폭발론을 들고 나와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이 10월10일 워싱턴에서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의 설명이다. 이 세사람은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천안함 사건이 ‘어뢰에 의한 근거리 비접촉폭발’이 아니라, ‘기뢰에 의한 원거리 비접촉폭발’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기자회견장에서 “합조단이 주장한 ‘근거리 어뢰폭발’(수심 7m, 티엔티 360㎏)의 경우, 버블 효과로 나타나는 80m 정도의 물기둥과 어뢰 파편들이 선체에 깊숙이 박히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야 하지만, 합조단 시뮬레이션에서는 이를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하지만 “기뢰에 의한 원거리 폭발일 경우 파도의 높이가 10m 정도에 그치고, 화약 냄새도 나지 않는다”며 “어뢰설이 증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합조단도 이미 기뢰에 의한 원거리 폭발이 천안함 선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합조단이 한 여러 실험 중에는 “티엔티 폭약 100㎏이 함정에서 20m 거리에서 폭발하는 경우”도 들어 있었는데, “이 경우도 함체가 폭발 파도에 의해 들어올려졌다가 떨어지는 순간 선체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 교수와 이 교수, 박 연구원은 천안함 선체에서 나타난 여러 조건들을 볼 때 러시아 조사단이 낸 결론처럼 “바다 바닥에 있던 기뢰가 스크루에 얽힌 그물에 의해 끌어올려졌다가 물리적 충돌에 따라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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