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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천안함 의문 제기하면 북한편향? 군 만화, 인신공격에 색깔론까지

등록 2010-09-14 10:20수정 2010-09-14 21:36

천안함 만화
천안함 만화
‘강호룡 기자가 살펴본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 논란
다른 의견에 대해 ‘순억지’ ‘웃기는 소리’ ‘여론몰이’ 몰아붙여
이모 교수, 서모 교수 거론하며 ‘기본도 모르는 사람’ 깎아내려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알리겠다며 제작한 만화가 천안함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북한에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것처럼 묘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국방부가 13일 천안함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포한 이 만화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과 국방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물증을 무시하고 추측기사를 쓰는 기자’ ‘전문적 지식이 없는 전문가’ ‘사실을 근거로 말하지 않고 억지성 주장과 여론몰이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자’로 그려진다.

 <강호룡 기자가 살펴본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란 제목의 이 만화는 32쪽으로 구성돼 있다. 일요판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천안함 사건을 취재하며 이와 관련된 의혹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천안함 사건 이후 제기된 논란과 의혹들에 대해 국방부가 제시한 사진과 도표 등을 이용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 대해선 일도양단으로 깎아내린다.

 만화에서 강 기자는 부장한테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파헤치라는 지시를 받는다. 부장은 “이번 천안함 사건의 실체는 그야말로 좌우가 아닌 자! 정말 물증만을 근거로 추측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 최고의 기자가 써야 한다”고 강 기자에게 임무를 부여한 이유를 설명한다. 강 기자의 애인으로 나오는 송은혜라는 여성은 강 기자에게 “확실한 증거 없이는 기사 함부로 쓰지마라. 워낙 험한 세상이라 잘못했다간 한방에 가는 수가 있다”고 경고까지 한다.

 강 기자는 천안함 침몰이 좌초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른바 ‘좌초설’에 대해 “그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거야”라고 잘라말한다. 송은혜는 “그런데도 전문가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외부 폭발의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좌초를 주장한다면서?”라며 추임새를 넣는다. 천안함 침몰이 기뢰에 의한 것인지 어뢰에 의한 것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많은 사람들이 접촉폭발(공기 중 폭발)과 비접촉폭발(수중 폭발)을 구분 못하고 있고, 미국의 이모, 서모 교수들도 이를 헷갈려하던데, 내 설명을 똑똑히 잘 들어봐”라며 ‘이모 교수’나 ‘서모 교수’가 기본적인 내용조차 알지 못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만화가 지목하는 ‘이모 교수’는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서모 교수’는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로 보인다. 국방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나라 안팍에서 반론을 제기해온 이들이다. 만화는 알루미늄이 폭발해도 비결정질의 알루미늄이 될 확률은 없다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송은혜의 입을 통해 “그 사람 실험은 제대로 한 것 맞니?”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1번 어뢰’의 글씨가 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 전문가에게 ‘카이스트 송 교수’라고 예우를 갖춰 지칭한다.

천안함 만화
천안함 만화
 만화는 천안함과 관련해 여러 각도에서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북한에 편향된 사람들로 몰아붙이며, 이들에게 국론분열의 책임을 전가한다. 송은혜는 “근데 아직도 북한 소행을 조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돼”라고 고개를 젓는다. 이에 강 기자는 “민주주의란 원래 그런거야”라면서도 “하지만 사실을 근거로 말해야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억지성 주장과 여론몰이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거야”라고 말한다.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색깔론’까지 연상시킨다. 수상하다. 강 기자는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경제난으로 민심이 흩어지자 주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이기도 하겠고, 어린 후계자의 단호한 결심을 보임으로써 군부의 충성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겠지”라면서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걸 거야”라고 말한다. “이런 기습적 침투를 자행하고 시침 뚝 뗌으로써 우리나라 내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등 좌우갈등을 유발시키고, 국론을 분열시켜보자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에 모 단체가 유엔에 서신을 보내 국가적 망신을 초래하고, 미 의회 서신 파문과 모 방북인사의 망언 등이 이번 사건의 희생장병과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돼”라며 혀를 찬다.

 민주당과 한국기자협회는 만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국방위원회 간사인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가 천안함 관련 만화에서 의혹을 제기한 이들의 인신을 공격하고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며 “이번 만화에 언급된 서 교수와 이 교수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해 앞으로도 계속 의혹을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만화는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이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것처럼 묘사하고, 이들을 향해 마치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하다”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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