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④ 함 안정기
전문가 “낡은 선박엔 일반적 현상”
전문가 “낡은 선박엔 일반적 현상”
국방부가 천안함 외부에서 거대한 규모의 폭발이 있었다는 핵심적 증거 가운데 하나로 들고 있는 이른바 ‘함 안정기’의 변형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함 안정기는 함정이 파도에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장비로, 지느러미 모양처럼 함정의 좌우 양쪽에 달려있다.
함 안정기를 보면 마치 ‘와플’ 모양을 하고 있다. 모양을 지탱해주는 프레임(골격) 사이로 안정기를 감싸고 있는 철판들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폭발 때 철판이 밀려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함 안정기의 변형 형태만으로는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는 ‘배타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구한 고위급 군함 건조 전문가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친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년 정도 된 노후화된 배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함 안정기뿐 아니라 노후화된 선박의 측면이나 갑판을 보면 천안함의 함 안정기처럼 프레임 사이로 철판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노후화된 함 안정기의 변형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안정기 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함 안정기는 크기는 작지만, 배를 들어올리고 내리는 복원 역할을 하므로 작은 배들의 안정기도 수만톤의 힘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위로 올라간 선박 현측의 안정기는 배를 아래로 내리는 역할을 하고, 아래로 내려간 선박 현측의 안정기는 배를 위로 올리면서 힘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함 안정기는 선박의 좌우 균형을 센서로 감지한 뒤 자동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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