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① 스크루
폭발은 좌현쪽 발생했는데, 실제 스크루 휨 현상은 우현쪽에서 발생
“저희들이 폭발 현장에 있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얼버무려
폭발은 좌현쪽 발생했는데, 실제 스크루 휨 현상은 우현쪽에서 발생
“저희들이 폭발 현장에 있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얼버무려
천안함 우현(오른쪽) 스크루가 안쪽으로 휘었다가 끝부분은 다시 바깥으로 휜 ‘두번 휨’ 현상은 ‘폭발’로는 가장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어서, 큰 논란거리였다. 국방부가 13일 내놓은 스크루의 두번 휨 현상에 대한 설명도 의혹을 풀기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방부는 그간 스크루 휨 현상에 대해 여러차례 말을 바꾸었다. 처음에는 천안함 함미가 침몰하면서 해저에 닿아 휘었다고 주장했다. 5월20일 발표 때는 스크루가 급작스럽게 멈추면서 이른바 ‘회전 관성력’이 작용해 휘었다며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천안함이 6.7노트(약 12.4㎞)의 정상 속도로 기동하고 있었는데도 시뮬레이션은 최대 속도로 전진할 때를 가상하는 등 극단적인 값을 대입했고, 스크루도 약간 휘는 데 그쳤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13일 발표에서 국방부는 이른바 ‘축 관성력’에 의한 변형을 추가했다. 폭발의 힘으로 변속을 담당하는 우현 기어박스가 뒤로 10cm 정도 밀렸고, 기어박스와 맞물려 있는 스크루의 축도 함께 밀려나면서 이 충격으로 스크루가 안쪽으로 휘어졌다는 것이다. 바람개비를 확 밀면, 바람개비의 날개들이 안쪽으로 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축 관성력에 의해 스크루의 휨 현상을 설명하는 것도 깔끔하지 못하다. 우선, 폭발은 좌현 쪽에서 발생했는데, 실제 스크루의 휨 현상은 폭발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현 쪽에서 일어났다.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던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이날 설명회 자리에서 “저희들이 폭발 현장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며 “추정하기로는 좌현 쪽이 우현보다 (기어박스가) 빠져 나올 때 속도가 조금 느리지 않았겠느냐”고 말했지만 똑 부러지는 설명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스크루 휨 시뮬레이션도 5월20일 발표 때보다 좀더 휘기는 했지만, ‘두번 휨’ 현상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스크루가 두번 휠 정도로 엄청난 ‘축 관성력’이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군함 전문가는 “스크루가 배를 앞으로 밀어주는 엄청난 힘이 있는데, 이런 힘을 잡아주지 않으면 스크루 축이 선체를 뚫고 지나간다”며 “이 때문에 기어박스와 축 사이에는 스크루가 전진하거나 후진할 때 선체를 간섭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베어링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기어박스에 강한 충격이 전달됐어도 베어링 장치에 의해 크게 감속될 것이란 얘기다. 유독 기어박스에만 커다란 충격이 가해졌는지도 의문이다. 근처 디젤엔진실이나 탄약고 등은 멀쩡했기 때문이다.
이충신 이용인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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