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는 핵협정 추진…‘미-중 갈등’ 격화
미국이 동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이어 서해상에서 진행될 양국 연합훈련에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과 접한 베트남에 핵 협력을 제공하는 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중국을 전략적으로 포위, 압박하려는 구도여서 중국과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제프 모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추가적인 한-미 군사훈련 계획을 설명하면서 “훈련은 동해와 서해 양쪽에서 수개월 동안 이뤄지며, 조지 워싱턴호는 서해에서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호의 훈련 참가는 표면적으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 성격도 짙다. 중국은 그동안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상 훈련을 강하게 반대했다.
미국은 또 베트남과의 핵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6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베트남 정부에 핵 협력 강화 방안을 제안했고, 상·하원 외교위원회 브리핑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논의중인 협정에는 베트남의 핵연료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각국이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지만, 핵 비확산 의무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차이나 데일리>는 이번 핵 협정은 핵 비확산에 대한 미국의 ‘이중잣대’를 보여주는 것이며, 중국 견제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달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미국의 국가 이익과 관련돼 있고 외교적 우선사항”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이 지난 3월 미국에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 이익’ 사안이라고 통보한 데 대한 반격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맞춰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 쪽으로 돌아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6일 분석했다. 특히 현재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은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다음달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며, 미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 오는 가을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가한다.
최근 미-중 갈등 고조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차단하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부딪치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부상하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으나, 최근에는 이란 제재 과정에서 보듯 국제사회와 합세해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찬룽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환구시보>에 “미국은 교묘한 계산에 따라 한 걸음씩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미국 항공모함의 중국 근해 훈련 등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불리한 처지로 몰아가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베이징/권태호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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