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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국방부 ‘천안함 시계’는 그날 밤 따로 돌았다

등록 2010-07-29 13:46수정 2010-07-29 17:58

KNTDS, TOD, CCTV 시간, 실제 시간과 전부 달라
유족 “천안함 내부 시계는 모두 9시21분58초쯤 멈춰”
전직 해군장교 “시간 일치시키는 건 군 작전의 기본”
국방부 시계는 따로 돈다.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천안함에 설치된 폐쇄회로티브이(CCTV), 천안함을 찍은 열상감시장비(TOD) 시간이 모두 제각각이다.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밝힌 천안함 사고 시간은 3월26일 밤 9시21분58초이다. 이와 비교해볼 때 이들 기기에 있는 시계는 실제 시간과 1분40초에서 많게는 3분50초 정도 차이가 난다.

천안함에는 시시티브이가 모두 11대가 있었다. 합조단이 복구한 6대 모두 실제 시간과 거의 동일한 오차를 보인다.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 내부의 시시티브이 마지막 촬영 시각이 3월26일 밤 9시17분3초라고 밝혔다. 민군합조단이 발표한 천안함 사고 시간인 21시21분58초와 사건 당일에 함선(천안함) 안의 전류가 끊어져 마지막으로 찍힌 동영상의 촬영 시간인 21시17분3초 사이에는 정확하게 4분55초가 차이 난다. 이는 합조단이 발표한 시각보다 최소한 4~5분 가량 앞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시시티브이 카메라 설치 시점에 시간을 입력한 뒤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시각과 오차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시시티브이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3분47~50초가 차이가 있다”며 “당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CCTV 업체 임원은 “군에 납품하는 시시티브이는 고성능 장비로 1천대 가운데 1~2대 정도만 시간 오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시시티브이는 지난해 9월에 설치된 신제품이다. 이 임원은 “설치된지 1년 미만이라면 기껏해야 1분 정도의 오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함을 생명으로 하는 군 납품 설비이고, 설치된 지 10달밖에 안된 점을 고려하면 국방부의 설명을 납득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최원일 함장과 박연수 대위가 말한 시간도 제각각 달랐다. 최원일 함장은 사고 다음날인 27일 당시 사고 시간을 21시25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가 4월7일 생존 장병 기자회견에서는 21시23분이라고 말을 바꿨다. 최 함장은 3월27일 사고 순간에 대해 “26일 오후 9시25분쯤 ‘펑’하는 폭발음이 들린 후 선체가 오른쪽으로 직각 형태로 기울었고 이후 발전·통신 등 모든 교신수단이 두절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25분이라고 말한 것은 당시 책상 위에 앉아서 컴퓨터 자료 검색 중에 오른쪽 화면 모니터에 23분인 것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항해 중에는 매시간 두번 기상보고를 함대에 하게 돼 있어 정시와 30분인데 5분~6분 전에 하게 돼 있다. 제가 본 시간, 기상 보고 정황으로 25분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 다음날 실종자 상황 등 지휘 보좌를 했는데 나중에 정황, 지질연구소, 위성송신이 끊긴 상황 등을 살펴보니 22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컴퓨터상 오차”라고 답했다.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합조단에서 22분으로 발표됐는데, 제가 마지막으로 눈으로 확인한 시간은 함교에 당직사관이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오후 21시24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KNTDS에서 천안함 신호가 사라진 시간은 21시21분58초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KNTDS는 실제시간보다 2분 가량 빠른셈이다.

국방부에서 공개한 열상감시장비(TOD·티오디) 영상 화면에 나오는 시간도 실제 시간보다 1분40초 가량 느리다.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합조단은 티오디 시각이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처음에는 2분40초가량 차이난다고 했다가 4월7일에는 1분40초 차이가 난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대해 전직 해군장교는 “군대에서 가장 기초적인 게 작전 중에는 시간을 싱크로(일치)시키는 건데 어떻게 해당 기기마다 시간 설정이 어긋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했다.

이처럼 해군에서 말하는 시간은 기계마다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천안함 내부를 참관한 유족들은 “천안함 내부에 있는 시계는 모두 똑같이 9시21분58초 쯤에 멈춰 있었다”고 전했다. 달라서 이상한 시간이 있는 반면, 똑같아서 이상한 시간도 있다. 이충신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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