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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복에 앞치마…가야금 타고 음식 나르고

등록 2007-06-06 19:10수정 2007-06-14 13:25

평양 민족식당 접대원 김광희(26)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날을 딴 2.16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할 정도로 가야금 실력이 빼어나다. 류이근 기자
평양 민족식당 접대원 김광희(26)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날을 딴 2.16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할 정도로 가야금 실력이 빼어나다. 류이근 기자
[류이근기자의 평양 방문기]② 민족식당 접대원
최고콩쿠르서 3위…“남쪽 오면 돈방석”에 ‘피식’
노래시샘 “조선여자 더 잘합네다” 마이크 잡아
피아노 신디사이저 드럼이 어우러딘 앙상블

김광희씨가 가야금을 탔다. 피아노와 신디사이저, 드럼의 앙상블이었다. 한 곡이 끝나자 남쪽 손님들의 “앵콜! 앵콜!”이 터져 나왔다. 연주를 정말 잘 한다고 칭찬하자, 수줍던 얼굴엔 금새 웃음꽃이 피었다. “정말로 그렇습네까?”

“정말 그렇습네까” 수줍던 얼굴에 금새 웃음꽃

접대원 명찰을 단 김광희씨는 26살이다. 다섯 살 때부터 가야금을 배웠다. 북한에선 보통 다섯 살 때부터 다니는 유치원에서 가야금 등 악기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따로 편성해 교육시키기도 한다. 큰 대회에 나가 상도 탔을 거 같다고 했더니, “2·16 콩쿠르에서 3선(등)을 했다”고 밉지 않게 자랑했다.

‘가야금 명인’ 김광희씨 신들린 연주

[%%TAGSTORY1%%]

2월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다. 김 위원장의 생일날을 딴 2.16 콩쿠르는 북한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 경연 대회다.

그는 자신의 공연이 아닐 땐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느라 바빴다. 한복에 앞치마를 두른 채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접대원이 맡은 두 가지 배역을 상징한다. 콩쿠르에서 1등을 못해서 일까? 그는 음악회 공연 무대에 서는 예술인의 길을 걷지 못하고 외부 손님들을 상대하는 식당 접대원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에선 개량해 21현, 김 위원장 사랑 각별

그에게 뭔가 표현하고 싶었던 남쪽 방문객들은 달러를 꺼내, 식당 입구에서 파는 꽃을 사 건넸다. 돈을 그냥 건네줄 순 없다. 도를 넘어선 방문객도 보였다. “남쪽에 오면 돈방석에 앉게 해주겠다.” 김씨는 웃어 넘겼다.

김씨가 연주한 가야금은 21현이다. 북한에서 12현의 가야금을 개량한 거다. 북한은 90년 11월에 국립국악원에 이 악기를 기증하기도 했다.

가야금 개량은 김 위원장의 지시나 지원에 큰 힘을 받았다. 북한의 <평양방송>은 2005년 8월5일 “민족 악기인 가야금을 시대발전의 요구에 맞게 고유한 음색을 살리는 것으로부터 주법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완성시켜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바쳐오신 심혈과 노고는 다 헤아릴 길이 없다…예술 부문에서 민족악기를 적극 살려주어야 하며 특히 가야금을 장려해야 한다고 장군님께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가야금 사랑은 각별하다.

민족식당 접대원들의 춤과 노래

[%%TAGSTORY2%%]

접대원들은 모두 악기 노래 춤 등 겸비한 ‘예인’

저녁과 함께 공연이 펼쳐진 민족식당은 평양시 중구역 연화동에 위치한 고급음식점이다. 악기·노래·춤 등 음악적 재능을 겸비한 20여 명의 접대원이 일한다. 한 북한 전문기자는 꽤나 수준이 높은 공연을 볼 수 있는 민족 식당을 “60~70년대 남한의 워커힐”이라고 말했다. 음식은 훌륭했지만 그리 특별하진 않았다. 여러 음식들이 나왔는데 가격은 6~15유로까지 다양했다. 식당에서 이날 북쪽 손님들을 볼 순 없었다.

음식은 6~15유로…70년대 남한의 워커힐 같은 곳

북한 식당의 메뉴표. 류이근 기자
북한 식당의 메뉴표. 류이근 기자

전날 저녁식사를 한 평양 외곽의 대성식당에서도 두 명의 접대원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식사가 끝날 무렵이었다. ‘우리는 하나’를 열창하는 접대원의 구슬픈 표정 때문인지, 아니면 가사 때문인지 남쪽 손님 몇 명은 눈시울을 붉혔다. 공연을 하는 식당의 접대원들이 노래를 잘 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겠다싶지만, 북쪽에서 나고 자란 여성(새터민 포함)들은 대체로 그렇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하나같이 예외 없이 노래 솜씨 빼어나

양각도 호텔 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접대원 여성도 노래를 잘 했다. 손님으로 온 중국 여성은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주눅들게 했다. 접대원 동지에게 “저 사람 정말 노래 잘 한다”고 했더니, “조선 여자들은 더 잘 한다”면서 기어이 마이크를 잡았다. 남쪽 손님 자리에선 정말 중국 여성보다 낫다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또 다른 매장에서 일하는 접대원들의 노래를 들을 기회도 있었는데, 예외 없이 노래 솜씨가 훌륭했다.

스스럼 없이 사진 찍고 “말만 그렇지 사진 안 보내준다”며 핀잔

대성식당 종업원들 구슬픈 가락에 눈시울 붉어져

[%%TAGSTORY3%%]

일반인들에겐 그럴 기회가 별로 없겠지만 남쪽으로 내려온 새터민 여성들의 노래 솜씨는 거의 예외 없이 앵콜과 큰 박수를 받는다. 한 새터민 여성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어릴 때부터 무지 많이 배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남쪽에서 온 손님들은 김광희씨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김씨는 모두 응하면서도 “사진은 보내주시겠습네까”라고 물었다. 어김 없이 “물론이지”라고 대답하는 방문객들에게, “말만 해놓고 보낸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습네다”라고 가벼운 핀잔을 줬다.

북쪽 여성들은 호텔 가라오케와 마사지 매장, 상점에서 ‘돈 많은’ 남쪽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물건을 팔고 봉사를 한다. 김광희씨도 민족식당에서 남쪽 손님들에게 자신의 재능과 웃음을 팔고 있었다.

평양= 영상, 사진, 글 <한겨레21>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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