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쉬안 국무위원
중, 지난주말 라이스에 “힐 보내라” 급보
중국 외교가 다시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국은 북한 핵실험 이후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며 외교적 해결의 틈을 넓혀갔고, 결국 대결로 치닫던 북한과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미 비공식 3자 회담은 ‘중국의 작품’이었다. 중국은 지난주말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북-중-미의 6자 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급보’를 띄웠다. 북한한테서 6자 회담 복귀의 신호를 받은 중국이 극적인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은 이를 받아들여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급파했다.
3자 회동은 공교롭게도 그동안 6자 회담이 열렸던 조어대에서 이뤄졌다. 북-미가 조어대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 9·19 공동선언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동은 미-중이 먼저 협의를 한 뒤 북-중-미 3자가 점심을 먹고, 다시 북-미 협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상황이 꼬일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해 왔다. 중국은 2003년 7월 다이빙궈 외교부 부부장을 특사로 북한에 보내 6자 회담 개시를 타진했고, 6자 회담이 1년 넘게 겉돌던 지난해 7월엔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특사로 파견해 돌파구를 열었다. 이번에도 탕 위원을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로 북한에 보내 6자 회담 재개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탕 특사는 지난 19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국제사회에 전하면서 제재국면 속에서 외교가 들어설 공간을 만들었다.
중국은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자인 북-미 사이에 다리를 놓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탕 특사의 방북이 20일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이뤄졌고, 이에 앞서 탕 특사가 미국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만난 것을 감안하면, 중국을 매개로 북한과 미국이 정상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제 결의 이행을 촉구하는 미국의 압력 속에서 대화·외교의 길을 보존했다.
중국의 중재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7월 이후 한때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미사일 발사 직후 중국은 후이량위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친선대표단을 보냈으나, 후 부총리는 김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했다. 북한이 중국을 성실한 중재자로서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하지만 이번 북-중-미 비공식 회담은 중국이 다시 강력한 중재자 구실을 회복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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