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6자복귀 이유 뭘까?
핵보유로 ‘제재’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
핵보유로 ‘제재’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
북-중-미 6자 회담 수석대표 3자 회동이 다시 6자 회담 재개를 이끌어냈다.
회담 재개의 실마리=지난해 7월 4차 6자 회담을 재개할 때도 북-미는 이 3자 회동의 형식을 밟았다. 우선 그 배경 내지 실마리는 지난 20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때 라이스 장관은 조어대에서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북한에 “조건 없이 즉각 6자 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리 부장도 “양국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위기상황을 외교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후진타오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온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만난 뒤에 나온 것이었다. 탕 위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2차 핵실험의 유예 내지 핵실험 준비 ‘중단’이란 답을 갖고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2차 핵실험 중단만으로 지금과 같은 6자 회담 재개라는 협상의 국면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라이스 국무장관은 21일(이하 현지시각)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거듭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제안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들은 ‘조건 없이’ 언제든지 대화(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라이스의 발언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김 위원장이 중국의 설득이든 압박으로든 탕 위원에게 6자 회담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음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엔 북한과, 중간선거를 앞두고 긴장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미국, 그리고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중국의 처지가 맞물려 있었다.
어떤 것이든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조건 없이 나온다면 6자 회담을 여는 데 동의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3자 회동 합의는 북한이 조건 없이 6자 회담에 나오겠다고 밝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 북한은 나온다고 했나?=그렇다면 북한은 왜 6자 회담에 들어오기로 했을까? 제재에 굴복해 협상에 나온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북한이 그동안 보였던 논리와 대응으로 볼 때 설득력은 약하다. 11월 중순부터 유엔 제재가 본격화하고 한국은 물론이고 최대의 방패막이인 중국 역시 미국의 제재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고립이 심화되는 상황이었다. 북한의 대응에 미국 등 유엔의 제재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결정할 때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그보다는 ‘북한식 계산법’이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6자 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 이행은 북한에 더 필요하다고 여겨 왔다. 그러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라는 이른바 ‘제재 모자’를 쓰고는 6자 회담에 들어올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이제 북한은 핵실험의 결과, 대북 금융제재보다 더 큰 유엔의 제재에 직면했다. 금융제재 해제는 어떻게 보면 이제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가 됐다. 미국으로 봐도 금융제재는 더 강한 유엔 제재가 있는 한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이 됐다. 북한이 핵가방을 들고 추가 핵실험의 권리 내지 카드를 갖고 회담장에 들어오겠다는 것이라면, 미국은 유엔 제재와 추가 제재라는 방패를 들고 회담을 하겠다는 형국이다. 서로 얻은 게 있고 잃은 게 있다. 북한은 애초부터 6자 회담을 거부한 게 아니라 금융제재 해제라는 목표를 넘어 더 포괄적인 미국의 대북정책 철회를 궁금적으로 겨냥해 핵보유라는 강력한 카드를 뽑아들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이제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면서 핵 포기와 적대정책 포기의 맞교환을 요구할 것이다.
베이징 3자 회동에서 6자 회담을 열기로 한 이상 11월 중 늦어도 12월엔 6자 회담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협상은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소식이 전해진 31일 밤 천영우 한국 쪽 수석대표가 외교부 청사에서 보도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 3자 회동에서 6자 회담을 열기로 한 이상 11월 중 늦어도 12월엔 6자 회담이 열릴 것이다. 그러나 협상은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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