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재개 합의로 그간 숨죽여 지내온 미국 비둘기파들이 힘을 받을 수 있을까.
6자회담에 관여하는 외교관과 정부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강행이후 미국 조야는 그야말로 강경 일변도였다.
그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으로 대변되는 매파(강경파)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으로 상징되는 비둘기파 등 두 축으로 운영돼 왔지만 최근들어선 매파들의 목소리만 요란했다.
자연히 대화와 협상을 존중하는 유화론자들의 입지는 극히 좁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31일 북핵 6자회담 전격 합의 소식을 듣고 "극동에서 이뤄지고 있는 진전에 매우 기쁘다"면서 "콘디(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가 극동지역에 가서 해낸 훌륭한 일에 감사한다"며 한껏 무게를 실어주면서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당분간 비둘기파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공통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매파들 정국주도력 줄어들까= 지난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지난 9일 핵실험 이후 매파들은 일제히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데 주력했다.
미국의 압박정책 강화에 따른 '체제 내파론'이나 북한 장성들에 의한 '궁정 쿠데타론'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있었던 지난 3일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핵기술을 확산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초강경 보수파인 네오콘들은 "우리는 지금 김정일(金正日)에게 모든 외환자금을 끊어 정권을 내부에서 파열시킨다는 아이디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을 내파시킬 때가 왔다"며 강경 발언을 마구 쏟아냈다. 미 하원 테러.비확산 소위원장인 에드워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지난 17일 NBC 시사프로그램 '터커'에 출연, "내 생각엔 2개월이면 북한을 내파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 체제붕괴론'을 들먹였다. 나아가 라이스 장관이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방안 논의차 동북아 순방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친구. 미군을 뺄 테니, 네 나라는 네가 지켜보지'라는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 갔을 것"이라고 자의적 해석도 마다하지 않았다. 로이스는 2000년부터 한미의원외교협의회 미측 회장을 맡아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지한파 의원이긴 하지만 2004년 북한인권법안,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직후 북한비확산법을 발의, 통과를 주도한 강경파 의원이기도 하다 니컬러스 번즈 국무부 차관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비정상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정권'으로 규정, "다른 정부 체제가 들어선다 해도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주유엔 미 대사는 지난 24일 북한의 핵실험 직후 "안보리 제재가 북한의 핵무기 추구를 단념시키는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다른 조치(other step)를 강구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비둘기파 발언권 강화될까 = 유화론자들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계속 노력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국민들께 다짐한다"고 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라이스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비둘기파들의 역할이 당분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6자회담 재개를 성사시킨 것도 '라이스 라인'이 체니 등 매파 라인과는 별도로 은밀히 작업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라이스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에도 힐 차관보가 중국에 체류, 미.북.중 3국 6자회담 대표 접촉을 비공개로 가진 것도 비둘기파의 '단독 플레이'였다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힐이 "중국은행이 동결중인 북한관련 계좌 가운데 합법적 계좌에 대해서는 푸는게 좋겠다"는 의중을 중국측에 전달했으며, 그것도 체니 부통령의 사전 재가를 받은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힐 차관보는 그간 기회있을 때마다 "6자회담 틀내에서 언제든 북한과 양자접촉이 가능하다"며 북한에 대한 유화적 자세를 취해왔다. 나아가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힐 차관보는 북한과 대화와 저녁을 함께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온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6자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했다 해서, 부시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해서 비둘기파들이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게 중론이다. 북핵 문제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언제든 요동칠 수 있으며, 그때마다 상황은 크게 변할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특히 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있었던 지난 3일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핵기술을 확산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초강경 보수파인 네오콘들은 "우리는 지금 김정일(金正日)에게 모든 외환자금을 끊어 정권을 내부에서 파열시킨다는 아이디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을 내파시킬 때가 왔다"며 강경 발언을 마구 쏟아냈다. 미 하원 테러.비확산 소위원장인 에드워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지난 17일 NBC 시사프로그램 '터커'에 출연, "내 생각엔 2개월이면 북한을 내파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 체제붕괴론'을 들먹였다. 나아가 라이스 장관이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방안 논의차 동북아 순방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친구. 미군을 뺄 테니, 네 나라는 네가 지켜보지'라는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 갔을 것"이라고 자의적 해석도 마다하지 않았다. 로이스는 2000년부터 한미의원외교협의회 미측 회장을 맡아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지한파 의원이긴 하지만 2004년 북한인권법안,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직후 북한비확산법을 발의, 통과를 주도한 강경파 의원이기도 하다 니컬러스 번즈 국무부 차관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을 '비정상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정권'으로 규정, "다른 정부 체제가 들어선다 해도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주유엔 미 대사는 지난 24일 북한의 핵실험 직후 "안보리 제재가 북한의 핵무기 추구를 단념시키는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다른 조치(other step)를 강구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비둘기파 발언권 강화될까 = 유화론자들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계속 노력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국민들께 다짐한다"고 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라이스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비둘기파들의 역할이 당분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6자회담 재개를 성사시킨 것도 '라이스 라인'이 체니 등 매파 라인과는 별도로 은밀히 작업한 결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라이스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에도 힐 차관보가 중국에 체류, 미.북.중 3국 6자회담 대표 접촉을 비공개로 가진 것도 비둘기파의 '단독 플레이'였다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힐이 "중국은행이 동결중인 북한관련 계좌 가운데 합법적 계좌에 대해서는 푸는게 좋겠다"는 의중을 중국측에 전달했으며, 그것도 체니 부통령의 사전 재가를 받은 것인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힐 차관보는 그간 기회있을 때마다 "6자회담 틀내에서 언제든 북한과 양자접촉이 가능하다"며 북한에 대한 유화적 자세를 취해왔다. 나아가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이 "힐 차관보는 북한과 대화와 저녁을 함께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 온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6자회담 재개에 전격 합의했다 해서, 부시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해서 비둘기파들이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게 중론이다. 북핵 문제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언제든 요동칠 수 있으며, 그때마다 상황은 크게 변할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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