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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금강산 협력업체들 발동동 “한창 탄력 붙었는데…”

등록 2006-10-29 20:08수정 2006-10-29 22:51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부산·경남 지역의 금강산행 버스 정기운행 예약이 줄어드는 등 금강산 관광 관련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금강산 만물상을 오르려는 남쪽 관광객들의 모습.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강산 관광객은 4만명 예약(10월)에서 2만5천명 정도로 줄었다. 금강산/강재훈 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부산·경남 지역의 금강산행 버스 정기운행 예약이 줄어드는 등 금강산 관광 관련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금강산 만물상을 오르려는 남쪽 관광객들의 모습. 북한의 핵실험 이후 금강산 관광객은 4만명 예약(10월)에서 2만5천명 정도로 줄었다. 금강산/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퍼주기? 벤처투자!”
부산 지역 중견 관광사인 ‘새부산관광’의 정판덕 사장은 요즘 속이 탄다. 갖은 노력 끝에 지난 7월부터 부산·경남 지역 최초로 금강산행 버스 정기운행을 시작했는데, 넉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한 핵실험으로 사업이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이다. 단풍철을 앞두고 빗발치던 예약 전화가 핵실험 이후 뜸해졌다.

“한창 탄력이 붙던 차였습니다. 물론 금강산 관광을 처음 시작할 때는 손님들이 ‘감시가 심하다’ ‘밤에 할 게 없다’며 불평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관광을 갔다온 10명 중 9명은 대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호텔 시설도 좋아지고 식당과 오락시설도 늘어난 데다, 북쪽 사람들도 고기를 구워주거나 술을 따를 정도로 서비스가 좋아졌으니까요.”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아산만의 사업이 아니다. 금강산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만 100여 곳에 이르고, 관광지구 안 시설에 투자하고 직원이 상주하는 기업도 모두 38곳이나 된다. 이들 협력사 소속 직원 900여 명은 버스 운전부터 식당 운영, 관광품 판매까지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협력사들의 금강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때문이다.

일부업체 조선족직원 구조조정

그러나 협력사들에게 올 가을은 혹독하다. ‘남북한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안전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핵실험 이후 공무원들의 예약 취소율이 80~90%로 가장 높은 점도 이들을 서운하게 하고 있다.

내년 초 시범 개장할 예정인 금강산 골프장. 모든 홀에서 금강산의 비경을 바라보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내년 초 시범 개장할 예정인 금강산 골프장. 모든 홀에서 금강산의 비경을 바라보면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비교적 큰 규모의 일부 협력업체들은 직원을 줄이면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금강산 지역 안에서 셔틀버스 운전사와 ‘안내 조장’ 등 120명 규모의 인력을 운영하던 ‘에프엠텍’은 최근 계약이 만료된 직원을 돌려보내고, 일부는 휴가를 보내는 방식으로 40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신무송 사장은 “멀리 남쪽까지 와 열심히 일하던 조선족 안내 조장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세탁소 운영과 기념품 판매, 오토바이 대여 등을 하는 20여 곳의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정이 더욱 딱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영업자는 “정부의 보조금 중단이 기정사실화하면 겨울 방학 때 학생들을 겨냥해 팔던 작은 기념품이나 간식 등의 매출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은 금강산 관광의 가능성을 아직도 신념처럼 믿고 있다. 여행업계에 33년 몸담아오면서 세계적 명소를 거의 모두 둘러봤다는 정판덕 사장은 “금강산 관광을 선택한 것도 사업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중국의 황산이나 장자제(장가계)보다 금강산이 낫거든요. 숙소나 교통편 같은 인프라가 부족했을 따름이죠. 앞으로 내금강 지역도 추가로 개방되고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면 일본과 대만 관광객들까지 몰려드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겁니다.”

금강산 관광을 ‘북한 퍼주기’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손사레를 쳤다. 2003년부터 호텔과 식당, 횟집 등에 모두 25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는 김인규 일연 사장은 금강산 사업이 “남쪽 기업들의 벤처투자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호텔에서 매점, 식당 대부분을 남쪽이 운영하는 데다, 북쪽에 관광비 조로 내는 평균 50달러에 비자 수수료와 국립공원 입장료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큰 대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업 애착 돈 때문만은 아냐

물론 이들이 금강산 사업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금강산에서 유통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친해진 북쪽 사람들의 얼굴에 쉽게 총부리를 들이댈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주변에서 ‘금강산에서 왜 사업을 하느냐’는 비판을 할 때마다 그가 ‘모범답안’처럼 내놓는 답변이기도 하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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