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공단 관리위원회 창립 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점심식사를 하던 중 북쪽 여가수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의장은 기념식에서 핵 실험 관련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북쪽의 사전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김의장 등 북 공연단 요청에 무대 올라 파문
한나라 “안보 흔들리는 마당에 춤판이라니”
한나라 “안보 흔들리는 마당에 춤판이라니”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난데없이 ‘춤 사건’에 휘말렸다.
김 의장 일행은 현대아산 사무실을 방문한 뒤 점심식사를 개성공단 안에 있는 북한 식당 ‘봉동관’에서 했다. 좁은 공간에 50여명이 빼곡이 들어찼다. 식당에는 간이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건배에 이어, 북한 음식으로 식사가 시작되자 ‘반갑습니다’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가수와 무용수들의 약식 공연이 이어졌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2돌을 축하하기 위해 북쪽에서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김 의장은 굳은 표정으로 식사만 했다. 하지만 북한 가수와 무용수들은 ‘남쪽 손님’들을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상석의 남쪽 사람들을 무대로 청했다. 원혜영 의원이 먼저 무대로 끌려 올라갔다. 잠시 부채춤을 추고 내려왔다. 이어 이미경 의원이 올라갔다. 김근태 의장은 몇 차례 거절했지만 마침내 무대로 올라갔다.
김 의장은 웃는 표정으로 20∼30초 정도 북쪽 여가수의 손을 잡고 함께 흔들었다. 당황한 열린우리당 당직자가 무대로 올라가 김 의장을 데리고 내려왔다. 하지만 이미 몇 컷의 사진취재가 끝난 뒤였다. 이 사건 때문에 점심식사가 어색하게 마무리되었다.
김 의장의 옆자리에 앉았던 우상호 대변인은 “끝까지 거절하다가는 준비한 쪽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예의 차원에서 잠시 무대에 올라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미경 의원도 “딸 같은 여성들이 남쪽 사람들과 어울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난 직후라 기쁜 마음에서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 일행은 남쪽으로 돌아오자 매서운 비판에 직면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국가안보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춤판이라니 도대체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며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당하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을 위무하기 위한 위무사절단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유 대변인은 김 의장에게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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