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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평화가 곧 밥…경협중단 없어야”

등록 2006-10-20 18:48수정 2006-10-20 23:30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 끝)이 20일 최근 북한 핵실험 사태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개성공단을 방문해, 한 의류제조업체에서 북쪽 여성 근로자와 함께 옷감을 다림질 해보고 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 끝)이 20일 최근 북한 핵실험 사태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개성공단을 방문해, 한 의류제조업체에서 북쪽 여성 근로자와 함께 옷감을 다림질 해보고 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개성공단 간 김근태 의장
“금강산·개성은 유엔 결의안과 연관 없다”
북쪽 만류에도 “2차 핵실험 안돼” 발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20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중단하면 안 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몸으로’ 보여 주었다. 그는 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미경·천정배·원혜영·이목희·이계안·우상호 의원과 함께 예정대로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이날 아침 7시 출발지인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은 최근의 한반도 주변 상황처럼 안개가 자욱했다. 김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버스 안에서 김 의장의 출발 성명이 기자들에게 배포됐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실로 엄청납니다. 평화가 유지되어야 경제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평화가 곧 밥입니다.”

여의도에서 출발해 남쪽 통관사무소(경의선 도라산역)까지는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군사분계선을 지나 북쪽 통관사무소에서 다시 수속을 한 뒤, 개성공단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였다. 하긴, 서울에서 개성까지 60㎞, 평양에서 개성까지는 160㎞라고 했다.

평화로웠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한 김 의장은 방명록에 ‘개성은 평화이고 희망입니다. 우리당 김근태’라고 썼다. 김동근 관리위원회 이사장은 “‘강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다”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김기문 로만손 회장을 비롯한 입주업체 대표들도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이곳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사람들이다. 북쪽에서는 강용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김 의장을 맞았다. 민화협에서도 한웅희 중앙위원을 내려 보냈다. 북쪽 간부들 10여명은 김 의장 일행을 계속 따라 다니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김 의장 일행은 신원에벤에셀(의류업체), 로만손(시계 제조업체), 삼덕스타필드(신발 제조업체) 세 곳을 방문했다. 깨끗한 작업장에서는 북한 민요가 흘러 나왔다. 북한 종업원들은 남쪽 손님들의 방문에 익숙한 듯, 인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응했다. 개성공단엔 현재 북쪽 근로자 9317명, 남쪽 근로자 790명이 일하고 있다.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공단 관리위원회 창립 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점심식사를 하던 중 북쪽 여가수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의장은 기념식에서 핵 실험 관련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북쪽의 사전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20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공단 관리위원회 창립 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점심식사를 하던 중 북쪽 여가수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의장은 기념식에서 핵 실험 관련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북쪽의 사전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차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개성/국회사진기자단
김 의장은 이어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창립 2돌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는 “북쪽은 남북 비핵화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처, 즉 2차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북한 핵 및 유엔 결의안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시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북쪽은 사전에 김 의장에게 핵실험 관련 발언을 삼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의장은 이를 무시했다. 기념식이 끝난 뒤 북쪽 당국자들이 김 의장 쪽에 항의를 했다고 한다.


김 의장 일행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남쪽으로 돌아왔다. 남쪽 통관사무소에서 잠시 기자 간담회가 마련됐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작심한 듯 미국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우리가 동맹인 미국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미국이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금강산과 개성에는 한반도의 평화가 달려 있다. 동맹국인 미국이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한다. 북한 핵문제의 핵심은 핵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다. 북-미 회담을 전향적으로 추진하는 것밖에는 해법이 없다.”

간담회를 마치고 여의도로 다시 돌아 왔을 때, 날은 궂었지만 안개는 걷혀 있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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