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북 미사일 장난감 수준인데도 궁지 몰아”
작통권 관련 “한국 방위가 미국의 이익”
작통권 관련 “한국 방위가 미국의 이익”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미 관계 악화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에게 있으며, 이들과 일본 우파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악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4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네오콘들이 대화를 거부한 채 지금 북한을 자꾸 잘못된 길로 몰아붙이면서 악용하고 있는데, 바로 중국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네오콘들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생각해 미사일 방어(MD) 체제 같은 군비를 확장하고 일본을 재무장시키려 한다”며 “이를 위해 뭔가 구실과 빌미를 찾고 있는데 그게 바로 북한”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는 어린 아이 장난감밖에 되지 않는데도 북한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일본 우파들이 북한에 강경 대응해 인기를 올리고 있다. 총리가 확실한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결국 북한을 공격해서 인기가 올라갔다. 일본도 정말 악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과 딱 짜고 ‘신동맹체’니 뭐니 해서 가고 있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미국에서, 일본에서 팔아먹고 도처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 미국 네오콘이나 일본 우파들이 손뼉치고 좋아할 핵 문제라든가, 미사일 문제와 같은 일들을 많이 한다”며 “북한은 미·일의 강경세력의 의도를 간파하고 역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자꾸 구실을 줘 (상황을) 망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자기 눈앞에 있는 쿠바라는 조그만 섬 하나를 50년 동안 봉쇄했지만 변화를 못 시켰다. 미국이 6·25 전쟁 때도 북한과 대화했듯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넘기든 안 넘기든 한국 방위를 하고 싶지 않으면 (한국에서) 나가는 것이고, 한국 방위가 자기 나라에 이익이라 하면 안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방위를 하는 게 미국의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작전통제권 문제와 관계없이 미국은 자국의 이익 때문에 한국 방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 언론이나 지도층들이 말이 많은데, 정부가 아무리 밉고 정당끼리 다르다 하더라도 국가적 이익은 더 큰 것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작전통제권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 보수세력의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좋은 친구로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하지만, 좋은 친구라도 안되는 것은 안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북한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우리에게 맡기라고 (미국에)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내가 한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제를 임기 중에 만들어 놓아야,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남북관계를 바꾸지 못하게 된다. 필요하면 특사를 보낼 수도 있지만 남북의 정상이 만나야 문제가 풀린다”며, 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속한 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내가 한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제를 임기 중에 만들어 놓아야,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남북관계를 바꾸지 못하게 된다. 필요하면 특사를 보낼 수도 있지만 남북의 정상이 만나야 문제가 풀린다”며, 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속한 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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