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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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을 추가 방문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현지 언론에게 “김 위원장이 민간·군사 장비 생산 시설이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비롯해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전투기·군함 생산시설이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남동쪽 1170㎞에 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방문은 북·러 군사협력이 러시아 전투기 도입 같은 재래식 무기로도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능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미국 태평양함대, 일본 해상자위대 등을 상대하고 있다. 이곳 방문은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강한 견제의 의미를 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태양호)의 느린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일 오후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출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장소인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한 시각은 13일 낮 1시께다. 북한과 러시아 국경 역인 하산역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 참석한 것을 빼면, 3박4일 동안 철길로 최소 2300㎞를 달린 것이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지난 10일 오후 평양에서 출발한 태양호는 12일 아침 6시 하산역에 도착했다. 평양에서 하산역까지 철길은 1000㎞가량인데, 하루 반 정도 걸린 것이다. 북한·러시아 철도 전문가인 안병민 북한경제포럼 회장은 “북한의 철길이 낡아서 북한 내에서 태양호는 시속 40~50㎞ 정도로 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8년 북한 철도 현지 조사차 북한 개성~사리원 구간에서 철도를 탑승했는데 당시 시속 15㎞였다”며 “일반 열차보다 태양호 성능이 좋아 시속 40~50㎞까지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산역에서 러시아 명예위병대 사열 등 환영식을 끝낸 김 위원장을 태운 태양호는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산역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까지 철길은 1350㎞가량이다. 북한 구간에서는 열악한 선로 사정 때문에 속도를 못 낸 태양호는 철길 상태가 양호한 러시아 구간에서도 육중한 무게 탓에 시속 50㎞ 안팎으로 달렸다. 안병민 회장은 “침실, 식당칸, 화장실 등에 설치된 방탄시스템의 무게 등으로 태양호는 속도를 크게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