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 켄터키함(SSBN-737)이 미국 워싱턴주 해군 기지 모항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 해군 누리집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는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을 행동으로 보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회의에 맞춰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42년 만에 부산작전기지에 기항한 게 대표적이다.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4월26일) → 북한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7월12일) → 핵잠수함 한반도 전개(18일) 등 ‘강 대 강’ 맞대응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 또한 높아지게 됐다.
이날 핵협의그룹 첫 회의 뒤 양국은 지난 4월 양국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양국 확장억제는 핵협의그룹을 통해 한국과 미국이 함께 협의하여 결정하고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무기, 미사일방어 능력, 재래식 무기 등을 동원해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분명한 의지와 공약을 가시적으로 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희는 믿는다”며 “현재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부산항에 기항 중”이라고 공개했다. 국방부는 미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 켄터키함이 이날 오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에서 약속한 내용을 이행한 것이다. 북한 전역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미국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 방한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이후 42년 만이다.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에서 약속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 방침을 이행한 것이다.
엔진이 원자로인 미국 잠수함은 대함전 및 대잠전이 주임무인 핵추진잠수함(SSN), 토마호크 순항유도탄으로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핵추진 순항유도탄잠수함(SSGN),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무장한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SSBN)으로 나뉜다. 그 전에 방한한 미 원자력 추진 잠수함들은 핵 탄도미사일이 없는 핵추진잠수함이나 핵추진 순항유도탄잠수함이었다.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이 무장한 핵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1만㎞가 넘어 군사적 측면에서만 봤을 때 한반도 근해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 이번 켄터키함의 한국 기항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를 가시적으로 드러내 신뢰성을 제고하려는 조처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켄터키함의 부산항 입항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를 자극해 한반도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앞의 현실은 (…) 때없이 날아드는 핵전략폭격기와 우리의 주권영역을 침범하는 미국의 공중정탐행위이며 우리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공공연히 모의하는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 회의 소집과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조선반도 수역에 진입하는 미 전략핵잠수함의 출현”이라고 미리 ‘경고장’을 날렸다.
미 정부가 핵추진 탄도유도탄잠수함 한반도 전개를 통해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들은 동해로 들어가 오는 29일까지 연합해상훈련을 시작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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