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2022년 8월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조선반도지역에서 군사적 우세를 획득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보려는 과욕·기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적의 행동 건건사사(하나하나)를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19일 <조선중앙통신>(중통)으로 올해 들어 두번째 실명 담화를 발표하며 “위임에 따라 끝으로 경고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원칙적으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실제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대리 발표한 담화라는 뜻이다.
김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체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공화국의 영상(평판)에 먹칠해들려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에 열려 있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오랜 공식 견해를 “헛소리”이자 “대화판에서 시간을 벌어보려는 어리석은 궁책”이라 폄훼하고는 “자기의 전망적인(미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항상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며 “남조선것들도 종당에 어떤 화를 자초하게 되겠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 기념사를 통해 처음 발표한 ‘담대한 구상’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거부한 자신의 이전 담화(2022년 8월19일) 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바보들이기에 일깨워주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미용이지 대남용이 아니니, 18일 ‘화성포-15형’ 발사에 남쪽이 대응하고 나서지 말라는 뜻이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한국과 미국을 향한 ‘경고·압박’뿐만 아니라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주문도 내놨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저들의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 실행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모든 나라들이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고약한 행위를 묵인해서는 안되며 그것이 헛된 노력임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채택 논의를 추진·주도하는 미국에 맞서 중·러 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1월30일과 2월16일 유엔 안보리 비공개 회의 개최를 주도했으나 중·러의 반대로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미국과 남조선이 저들의 훈련구상을 이미 발표한 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속적이고 전례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지난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18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5형 발사훈련의 연장선에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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