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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윤 대통령 ‘인도·태평양 전략’엔 미·일만 있고 아시아가 없다

등록 2022-11-13 21:47수정 2022-11-14 08:39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 발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중 패권·전략 경쟁 와중에서 확실히 미국 쪽에 서겠다는 공개 선언에 가깝다.

윤 대통령이 내건 ‘한국판 인·태전략’은 명칭부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과 같다. 미국의 인·태전략은 중국 봉쇄와 견제를 위해 마련한 전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13일 윤 대통령과 양자 및 3자 정상회담에서 ‘한국판 인태전략’을 “환영”하며 “연대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밝힌 동남아 정책인 ‘신남방 정책’에서 미국의 인·태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의 접목 가능성을 언급하며 양쪽에 거리를 뒀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한국판 인·태전략은 미국으로 현격히 기울어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13일 “자유, 인권, 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가 존중돼야 하며 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남중국해는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3일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등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강력 반대”를 천명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친미-반중’의 태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난사/베트남-쯔엉사/필리핀-칼라얀) 군도의 세 암초를 중국이 불법적으로 인공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화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남중국해 항행 자유 강조와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는 미·일이 중국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논리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밝히며 “한-아세안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아세안과 연합훈련 적극 참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남중국해 등 동남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한국이 덜어주는 보완 세력 구실을 자임한 것으로 읽힐 만한 대목이다. 이는 아세안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협력자이자 “제2의 중국 시장”으로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접근과는 차이가 크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인·태전략을 대북 압박 국제 공조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인·태전략을 설명하며 “한-미 동맹을 비롯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연대와 협력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한국판 인·태전략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에 힘을 보태고, 또한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의 기반을 넓히는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외교 안보 분야 원로 인사는 “미국의 인·태전략은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에서 아시아를 지우고 인도(양)를 넣은 것이라 개념상 아시아의 자리가 없다”며 “(한국으로서는) 뜬금없고 위태로운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프놈펜/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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