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모습. 주한미군 제공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5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한국군의 군사적 역량이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한·미가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연합작전계획(작계)에 중국 대응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 관해서는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국내 보수 언론들은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2018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유엔사령관을 지낸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한·미 안보 사정을 두루 잘 아는 전직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려는 충정에서 한 말이라면 우리가 새겨들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통제를 받는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한 말이라면 가려들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이익과 주한미군사령관의 시각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새 작계에 중국 대응 방안을 담는다면, 평소 한·미가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한·미 연합군의 부대 배치와 중국군 전략목표 파괴 등을 작계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훈련해야 한다. 한국군 50만명이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최전선에 동원되고 유사시 중국군과 전투까지 불사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 국민이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때문에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작계 중국 대응’ 주장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발언) 의도를 알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작권 환수 시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상황에 따라 변했다.
“2006년 당시 부시 행정부는 한국군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2009년 조기 전작권 전환을 주장”(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했지만 국내 안보불안 여론을 의식한 노무현 정부는 2012년 4월17일로 시기를 늦췄다. 이를 위해 2007년 이후 우리가 투자한 국군 전력증강비만 누적 규모로 16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 미국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전작권 전환 시기상조론’을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역대 미 육군은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이었다.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사령관을 한국군이 맡으면 미 육군 4성 장군 보직 1개가 위태로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전작권 전환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봐야 한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미국 정부와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새겨듣기보다는 가려들어야 하는 이유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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