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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동맹은 안중에 없는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오만한 발언

등록 2021-12-27 18:38수정 2021-12-27 19:43

2020년 9월17일 당시 로버트 에이브럼스(왼쪽) 주한미군사령관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나이트필드 연병장에서 열린 박한기 합참의장 환송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0년 9월17일 당시 로버트 에이브럼스(왼쪽) 주한미군사령관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나이트필드 연병장에서 열린 박한기 합참의장 환송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5일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에는 “솔직히 많이 뒤쳐져 있다”며 한국군의 능력을 폄훼했다. 오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달 초 한-미가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연합 작전계획(작계)에 중국 대응 방안을 추가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중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의 최전선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그의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의도를 알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 중 하나로 “한국이 전략 타격 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며 “이것은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독자적으로 막아낼 능력이 없는 한국군에 전작권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2018년 11월부터 올 7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군사령관·유엔군사령관을 지낸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려는 작계 수정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 군용기의 ‘한국 방공 식별 구역’(KADIZ) 침범 등도 “작전계획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새 작계에 중국 대응을 넣으면, 평소 한-미가 중국을 공동의 적으로 상정하고 한미연합군의 부대 배치와 중국군 전략 목표 파괴 등을 작계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훈련을 해야 한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주한미군사령관이던 2019년과 2020년에 작계 수정을 위한 새 전략기획지침(SPG) 작성을 제안했지만 한국이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지난 2일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작계 수정을 위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을 승인한 것은 “오스틴 미국 국장장관이 대화 상대인 한국에 매우 강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을 성급히 한다면 “유엔사가 더 이상 필요 없지 않은가란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했고, 최근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된 상황도 문제삼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이 인터뷰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대서특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 실시 등을 비난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동맹인 한국의 입장은 외면한 채 미국의 전략적 이익만을 내세운 것이다. 미국은 2006년 부시 행정부가 한국군의 능력이 층분하다며 2009년에 전작권 전환을 주장했다가, 이제는 ‘한국군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 견제에 한국군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은 먼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의견 차이를 조율해 나가는 게 순리다. 일방주의는 동맹의 가치를 훼손할 뿐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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