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북한이 ‘거위걸음’ 열병식 대신 ‘자위-2021’전람회 한 이유

등록 2021-10-12 15:54수정 2021-10-12 17:07

무력과시하되 남들 방식으로 ‘정상국가’이미지 강화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를 지난 11일 평양 3대혁명기념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전람회를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를 지난 11일 평양 3대혁명기념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전람회를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개최했다. 북한이 그동안 해오던 열병식이 아닌 전람회 방식으로 군사력을 과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전람회) 기념연설에서 “우리 당의 혁명적인 국방정책과 그 빛나는 생활력이 집대성된 오늘의 성대한 전람회는 대규모 열병식 못지 않게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적인 국력시위로 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북한은 최근 5년간 개발한 주요 무기들을 이날 전람회 자리에 모아놓았다. 신형 탱크, 초대형 방사포, 중·단거리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보이는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등이 등장했다. 특히 지난달 북한이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 등도 눈에 띄었다. 실전배치되면 한국, 미국, 일본 등을 위협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국방부는 국방발전전람회에 나온 북한군 무기와 장비를 분석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람회를 통해 공개된 장비 등에 대해서는 이미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에 있으며 지속적으로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야간 열병식에서도 이번과 비슷한 무기들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심야 열병식은 무척 자극적이었다. 대륙간탄도탄 같은 전략무기뿐만 아니라 평양 김일성 광장을 가득 메운 22개 기계화중대, 53개의 도보종대 병력들이 군홧발을 높이 치켜들고 행진하는 장면은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를 지난 11일 3대혁명기념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전람회를 관람하고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를 지난 11일 3대혁명기념관에서 개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전람회를 관람하고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 대신 전람회를 개최한 것은 ‘무력시위’를 하되,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일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인정되는 전람회 형식을 통해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대내외에 전달했다. 북한은 외부세계에서 ‘도발’로 여기는 열병식같은 군사적 행동을 피해, 요즘 자신이 강조하는 이중 기준(북한 미사일은 도발이고 한국 미사일은 억지력) 철회 요구에 힘을 실어줬다.

서구 국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규모 열병식을 하지 않는다. 2차 대전 이후 사회주의권이 열병식을 주도하면서 서구 사회에서는 열병식이 ‘낙후’ ‘호전’ ‘전체주의’ 이미지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한국도 군사독재시절인 1980년대까지는 매년 10월 국군의날이면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하고 서울 강북 도심까지 군사 프레이드를 벌였으나, 90년대 문민정부 이후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됐다.

대규모 열병식의 시초는 옛 소련이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11월7일 나치 독일군이 모스크바 턱밑인 20㎞까지 진격해왔다. 소련의 운명이 바람앞의 등불 신세인 상황에서, 11월7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러시아 혁명 24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프레이드가 벌어졌다. 화려한 열병식을 마친 소련군은 모스크바 외곽의 전선으로 달려갔고, 이를 지켜본 모스크바 시민들은 큰 용기를 얻었다. 당시 붉은 광장의 열병식은 지리멸멸하던 소련군의 힘을 대내외에 과시했고, 독일-소련전쟁 승전의 계기가 됐다.

2차대전 이후 냉전이 본격화되자 소련, 중국, 동구권, 북한 등 사회주의권은 대규모 열병식을 군 사기 고취와 군민 유대 강화의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 매번 열병식에는 각종 무기와 함께 무장군인들이 90도 이상으로 발을 치켜들며 거위처럼 행진하는 ‘거위걸음’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지난해 10월10일 새벽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들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10월10일 새벽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북한군들이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이번 전람회를 통해 국방력 강화와 경제발전 효과를 함께 노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은 군수업체들이 주관하는 각종 무기전시회를 연중 내내 열어 무력을 과시하고 무기 판매 상담을 한다. 한국도 지상군 무기전시회, 민군겸용기술박람회, 지상군페스티벌, 에어쇼를 겸한 국제항공및 방위산업전시회(아덱스)를 열고 있다.

북한은 전람회 방식을 택해, 대내외에 무력(국력)과시 효과를 거두면서도 ‘호전’ ‘도발’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한다. 먼훗날이 되겠지만 대북제재가 풀리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자리를 잡으면 전람회가 북한 무기를 홍보·수출하는 ‘국방경제’의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전람회 이름이 ‘자위-2021’인데, 북한이 이런 전람회를 오래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