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해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시찰하고 있다. 부산/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일대를 둘러보고 가덕도 공항 추진 상황 등을 보고받았다. 여야가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예고한 ‘가덕도 특별법’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등 파격적인 특혜 조항을 담고 있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적극 힘을 실은 데 대해 야당은 “노골적 선거 개입”이라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이광재 케이(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부산 부전역에 도착해 일정을 시작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도 대거 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인근 해상과 부산신항을 돌면서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으로부터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 등이 포함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균형 뉴딜을 선도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을 힘껏 뒷받침하겠다”며 “15년간 지체되어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에 새 관문 공항이 들어서면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에서 들어오는 24시간 하늘길이 열리게 된다. 하늘길과 바닷길, 육지길이 하나로 만나 명실상부한 세계적 물류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신공항 건설을 공식화했다. 이어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등 관련 부처 장관들도 이날 부산신항~가덕도 인근 해상까지 이동하며 열린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동남권 수소경제권 구축, 2030 부산 월드엑스포 성공 유치 등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의 제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대해 ‘지역균형뉴딜 현장방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차질 없는 추진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꾸준히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며 “부산 방문은 보궐선거와 무관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통행보의 일환으로 오래전 결정된 행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수십조원 단위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인데도 여야가 짬짜미로 예타까지 면제해준 데 대한 비판이 높은 사안이다. 심지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 경제성과 안전성이 떨어지는 가덕도 신공항을 서두르는 데 반대한다는 보고서를 낸 사실이 24일 확인되기도 했다.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이 이런 논란에 귀를 닫고 가덕도 신공항에 손을 들어준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과 손잡고 특별법에 찬성했던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방문으로 인해 가덕도 공항의 성과가 여권으로만 돌아가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 행보라고 선거와 무관하다고 얘기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의 도를 넘은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이완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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