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강 장관과 남편 이일병 교수.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외국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여행 간 것에 대해 야당은 물론 청와대와 여권에서도 분별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강 장관은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행동에 대해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공직자, 그것도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 목적 등을 묻는 <한국방송>(KBS) 기자에게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지 않으냐”며 “그냥 여행 간다. 자유여행”이라고 답했다. 한국방송은 이 교수의 블로그 글을 바탕으로 이 교수가 요트를 사려고 미국 여행을 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지난 3월부터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렸다. 특별여행주의보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 지도부에 속한 다른 의원도 “국외로 여행을 가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여행 자제 권고를 한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요트 구입이란 것도 국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결국 이날 오후 신영대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어 “코로나19로 명절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국민께 국무위원의 배우자로 인해 실망을 안겨 드린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으나 이 교수의 행동이 국민 감정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강 장관 본인이 아닌 배우자가 출국한 것이고, 위법 행위는 아니지만 박탈감이나 위화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얼마 전 아들의 군 시절 휴가 연장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국회 해명이 거짓말로 밝혀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던 터라 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지속될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참모진 일부에서는 강 장관이 우선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어이없고 기막힌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따라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는데 정작 정부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믿기 어렵다. 외교부 장관은 가족에게만 특별 해외여행 허가를 내렸나. 제대로 된 문명국가인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번지자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국민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김원철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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