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강 장관과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 여행’을 하러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물론 청와대·여당에서도 “부적절한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강 장관은 4일 외교부 간부회의에서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강 장관은 또 “이런 상황에 대해 저도 (남편에게)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미국행은 여러모로 부적절한 처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는 지난 3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고 여행 자제를 권고해왔다. 여행주의보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국내 방역 차원에서도 긴요하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 위험 국가여서 더욱더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도 해외여행 지침을 관장하는 주무부처 장관의 가족이 버젓이 지침을 어긴다면 어찌 국민에게 협조를 구할 수 있겠는가. 추석 특별방역에 협조하기 위해 귀성길조차 포기한 많은 국민이 허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 교수는 출국 전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에서의 요트 구매 및 여행 계획을 자세히 적었다. 이 교수는 출국장에서 만난 언론사 기자에게 “매일 집에서 그냥 있을 수 없으니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지금 외국에 사는 친인척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터다. 과연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시기에 정부 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국여행을 가는 게 ‘정상 생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코로나 탓에 지쳐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발적인 협조와 배려만이 코로나 극복을 앞당기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