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이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27일 청와대 참모진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회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등 여야 4당 대표와 만나,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한 뒤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니 오늘부터 내일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이 어제 수석들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준비도 하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구입이 가능하다고 알리면 어떻게 하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진들과 코로나19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마스크 수급에 대한 상황을 국민에게 잘못 알린 것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께서 마스크 문제가 속시원히 안되고 있어 빨리 풀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마스크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 등을 통해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은 홍남기 부총리로부터 보고를 받고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로 공급 물량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그러나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국과 우체국·농협 등을 찾은 국민들이 정부가 공급하겠다는 마스크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계속 전해지면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와 정부의 보고가 잘못 올라오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 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은 어제에 이어 체감을 다시 강조하면서 식약처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현장을 챙기도록 다시 한번 주문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행정적 조치로 끝나지 말고 일제히 나가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야당 대표들에게 “마스크가 부족하면 추가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해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은 지난 25∼27일 만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1%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 41%에 10%포인트 앞섰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8%였다.
2주 전 조사에서는 ‘잘하고 있다’가 64%, ‘잘못하고 있다’가 25%였는데,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3%포인트 줄고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26%포인트 늘어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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