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어 “기업도 정부를 믿고 코로나19 상황 이전에 예정했던 설비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전날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은 문 대통령이 연일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경제 주체들의 ‘심리 다독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이제는 정부와 경제계가 합심하여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 회복의 흐름을 되살리는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직 국외 유입 등 긴장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고 평가하며 “방역당국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가 경제를 살리고 혁신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며 각별히 대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과 함께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5대 그룹 외에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이 참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산 규모가 다른 기업에 비해 낮은 순위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의 정도, 중국 내의 사업 규모, 5대 그룹과의 업종별 차별성 등을 고려해서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머리발언에서 “씨제이그룹이 투자한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또 한번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다시 유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 ‘유턴’도 언급했다. 또 기업인들에게 적극적인 금융 지원 건의를 받은 뒤 “금융위원장의 의지가 은행 창구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업인들은 건의사항도 내놓았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중국 공장 노동자를 위한 방역물품 지원과 항공운송 자동차부품에 대한 한시적 관세 인하를 건의했다. 황각규 롯데 부회장은 “문 대통령이 쇼핑몰에 한번 들러달라. 다양한 문화행사 참석도 건의드린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내수 진작 차원에서 저녁 회식을 활성화했으면 한다. 주 52시간에 저촉될지 우려를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 부회장은 “기업의 본분은 고용창출과 혁신, 투자이다. 2년 전 약속 꼭 지키겠다.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삼성은 간담회 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완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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