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친교만찬 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 상춘재에서 1시간 동안 만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1분 청와대 녹지원 앞에서 먼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렸다. 문 대통령은 8시5분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자 차 앞에서 그를 만나 30초 동안 담소를 나눴다. 두 정상은 녹지원 잔디 마당을 가로질러 만찬장인 상춘재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 대신 딸인 이방카 보좌관을 대동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멜라니아 여사도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을 건네자 트럼프 대통령은 “왔으면 매우 좋아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하기 전 상춘재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춘재 앞에 다다른 두 정상은 10분 가량 간단한 음료를 들며 담소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아이돌 한류 스타 엑소를 소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안 그래도 이방카와 오는 길에 이야기 했다”고 했다. 지난해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이들을 만났던 이방카 보좌관은 “이번에 다시 만났다. 지난 겨울 올림픽이 아주 잘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 딸이 다음 달에 생일이라는데 시디(CD)를 하나 챙겨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권하자 엑소 멤버들은 자신들이 시디를 트럼프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에게 선물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사인까지 있네요”라며 기뻐했다.
문 대통령은 골프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세리 골프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박세리 선수를 기억한다”며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 여사는 이방카 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 여사가 “내일 굉장히 중요한 (일이)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방카 보좌관은 “오늘 저녁에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업데이트 해줄 것이 있다고 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는 “정말이요?”라고 반겼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비무장 지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쪽에서 연락받은 게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연락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내일 김 위원장과 만남을 준비 중이냐”는 물음에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또 “내일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느냐”는 물음에는 “우리가 지금 일을 하고 있으니 지켜보자”고 답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앨리슨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 두 명은 실제 만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측과 ‘비무장지대 회동'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 때문에 이들이 행사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만찬은 8시20분에 시작해 9시20분에 끝났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