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신임 정책실장(맨 왼쪽)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맨 오른쪽)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취임인사를 하기 위해 김수현 정책실장(왼쪽부터 두번째), 윤종원 경제수석과 함께 대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하는 3기 정책실 인사를 단행했다. 체감경기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다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제팀 전반의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쇄신 인사로 풀이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학계·시민단체·정부 등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복지·교육 등 다방면의 정책에도 정통한 전문가로서,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김 실장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이 경제수석에 대해서는 “청와대 일자리 기획비서관과 기재부 1차관을 역임해 정부의 국정철학을 깊이 있게 알고 있고, 거시·국제 경제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인사는 현 정부의 경제철학과 비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빠른 분위기 전환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문 대통령의 경제 개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고,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정부 경제 기조의 한 축인 ‘공정경제’를 책임져왔다는 점에서 정책의 연속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집권 2년이 되도록 체감할 만한 민생경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미-중 무역마찰 탓에 경제 성장률 전망까지 어두워지자 김 실장을 염두에 둔 청와대 경제팀 교체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두달 전부터 준비한 인사”라며 “부동산과 사회정책 분야 전문가인 김수현 실장보다는 경제 전반에 전문성을 갖춘 김상조 실장을 기용해 민생경제와 미래 산업 정책 전반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실장이 비서관 기간까지 포함해 2년을 청와대에 근무하며 많이 지친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조 실장이 지닌 유연성과 현실 감각도 고려됐다고 한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김 실장을 재벌개혁 전문가로만 한정해 보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을 하면서도 기업 쪽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뜻을 유지해왔다”며 “경제나 산업 전반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균형 감각을 갖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정책은 일관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일관성을 유지해 기업과 시장경제 주체에 예상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면서,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정책 내용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유연성이 필수”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김 실장의 장점인 적극적인 소통 능력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소통력이 뛰어나다. 김 실장이 국민에게 경제정책과 방향성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김 실장은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과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가 경제정책과 관련한 외부 비판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설득력 있는 논쟁도 하지 못한다는 여권 등의 비판이 있었는데, 김 실장이 이런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호승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은 여섯달 만에 청와대로 승진 복귀했다. 그는 2017년 6월부터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12월 기재부 1차관에 임명됐다. 청와대가 일자리정책, 거시정책에 밝은 그를 다시 부른 것 역시 그만큼 ‘하반기 성과’가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경제에 밝은 기재부 관료 출신인 이 수석이 김 실장의 보완제 구실을 할 것이란 평가가 있다. 이 수석은 기재부 직원들로부터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뽑힐 정도로 내부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성연철 이경미 김규남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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