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21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부 공무원의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과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누설 사건에 대해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의 통화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들머리 발언에서 “국정을 담당해봤고 앞으로도 국민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담당하고자 하는 정당이라면 적어도 국가의 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주시길 요청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여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책임에 관해서도 “변명의 여지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정부의 `사고' 탓에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해 7월 그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무산에 관해 사과한 적이 있지만, 이번 사건은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공직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사과라는 표현까지 쓴 것을 보면 이번 사안을 문 대통령이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을지태극연습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한 뒤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에 대해 한마디하겠다”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포괄 안보의 개념을 처음으로 연습에 적용해 새롭게 개발된 을지태극연습을 실시하고 있다”며 “전시 대비연습으로만 진행하던 을지연습과 달리 대규모 복합재난에 대비한 국가위기관리 대응연습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외교부는 주미대사관 ㄱ 참사관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외교기밀이 모두 3건인 것을 파악하고, 보안심사위원회를 열어 ㄱ 참사관 등 관련 직원 3명의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이날 청와대로 들어와,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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