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여야5당 원내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5일 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열어 민생 예산·법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협치의 정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합의가 추상적인 원칙을 담은 데 그쳐 법안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홍영표(더불어민주당)·김성태(자유한국당)·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연 뒤 “정부와 여야는 경제·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며 12개항으로 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국정상설협의체는 그간 여야가 주장해온 현안들을 합의문에 담았다. 자유한국당이 강조한 ‘채용비리 조사’는 “취업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을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 추진”으로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문제 전수 조사를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마치겠다”며 “드러난 비리는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이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이란 문구로 담겼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제3당’의 염원인 선거제도 개혁은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논의하고,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로 구현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도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개인적으로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탄력 근로제 확대는 정의당의 반대 속에 “보완 입법 조치를 마무리한다”고 합의문에 담겼다.
국정상설협의체는 특히 저출산 문제에 여야 구분 없이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법안과 예산을 초당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며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예산을 확대하며,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아동수당법을 신속히 개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과 여야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논란을 예고했다.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범위를 확대할 경우, 장시간 노동이 이어지고 소득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상설협의체는 이밖에 △소상공인과 자영업,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 처리, 예산 반영 등 모든 방안 강구 △일자리 창출과 광주형 일자리 성공적 정착을 위한 초당적 지원 △불법 촬영 유포 행위와 음주운전 처벌 강화 △방송법 개정안 본격 논의 △지방분권과 지역활력 제고 협력 등에 관해서도 ‘적극 추진’, ‘초당적 협력’ 등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8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분기별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열자”고 합의한 뒤 석달 만에 열렸다. 청와대와 여야는 지난 1일부터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합의문 사전 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여러 차례 합의문 초안을 휴일도 없이 물밑 조율했고, 여야 원내대표들이 별도로 모여 의논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이견이 있는 부분은 공란으로 담기고 회담에서 채우기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첫 출발이 아주 좋았다”며 “앞으로는 석달 단위로 국정 현안을 매듭지어 가는 것으로 하자. 논의할 것이 생기면 중간에라도 만나자는 것이 내 뜻이다”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다음 회의는 내년 2월에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이번 합의문은 여야정 각자의 요구 사항을 나열식으로 포괄하는데 치중했다. 대부분의 합의문 조항들은 구체적인 법안 처리 일정을 담지 못한 채 ‘노력한다’, ‘협력한다’는 문구로 맺었다. 실제 국회 협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은 합의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고 돼 있음에도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와는 “상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은 탈원전 에너지 정책에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정의당은 탄력근로제 확대와 규제 완화에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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