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관계자 “교체 이미 기정사실화
예산국회 전 바꾸는 쪽으로 가닥”
복수 후보군 상대 인사검증 착수
김의겸 “문 대통령 결심 서지 않아”
지난 8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연수원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시 교체설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경제 투톱’의 교체는 이미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내부에선 인사 시점을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 내부에서 인사 시점에 관해 논쟁이 있었다”며 “예산국회가 마무리된 시점이 상식적이긴 하나, 이미 교체가 기정사실화한 마당이어서 예산국회가 본격화하기 전에 교체하는 게 낫다는 주장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13 지방선거 직후, 또는 민주당 새 지도부 구성 직후나 정기국회 직전 등이 적절한 교체 타이밍이었을 수 있다”며 “무엇을 잘못해서 경질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2기의 진용을 갖추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 투톱 동시 교체를 염두에 두고 복수의 후보군을 상대로 이미 인사검증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불화설’에 휩싸여왔다.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경제 방향에 대한 인식차가 큰 데다 경기둔화, 고용부진 등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불협화음이 더 잦아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 투톱의 갈등이 경제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청와대 안에서는 이미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고 후임자 인선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애초 예산 정국이 마무리되는 연말께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미 교체가 기정사실로 되는 상황에서 시점을 당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예산국회 마무리 전에라도 전격적으로 ‘경제 투톱’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사 절차의 차이로 인해 인위적으로 교체 시점을 맞추지 않는 한 동시 교체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어서 시일이 오래 걸리는 반면,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따라서 교체 시점은 온전히 문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장하성 실장 후임으로 새 정책실장을 먼저 임명할 수도 있으나,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 절차가 마무리된 시점을 택해 ‘순차교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일단 진화에 나서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인사에 관련된 내용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할 내용인데,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았고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한겨레>와 만나 김 부총리 교체설에 대해 “예산안, (예산 관련) 법안 등 중요한 게 남아있는데 만약에 (경제사령탑을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다 끝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김보협 서영지 기자 bhkim@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141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