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계획과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장 실장이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 후속 대책발표 뒤 7개월 만이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재확인한 것은 경제구조를 바꾸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이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 실장은 26일 청와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작심한 듯 통계수치 등을 제시하며 소득주도성장 폐기론에 적극 반박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관론이 연일 제기되자, 이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조처로 보인다.
장 실장은 이날 “고통스럽지만 경제구조를 바꾸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경제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한국 경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장 실장은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국내 수요가 경제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가 성장한 만큼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장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불평등도 심해진 탓에 소비가 준데다, 기업 투자도 늘지 않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의 현재 구조라고 했다. 장 실장은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하위 세번째이고, 1년 미만의 단기고용 노동자 비중도 하위 두번째에 위치하는 등 고용 불안이 심한 나라라고 했다.
장 실장은 이런 구조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구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가계소득을 높이고, 생계비를 줄이며,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확충해 소득증대를 꾀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전날 “고용 문제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전부로 간주하는 시각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극히 일부분”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이제 반년이 지났고, 문재인 정부의 예산과 정책이 실행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아동수당과 인상된 기초연금은 9월에 지급이 시작되고,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이나 각종 규제혁신 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대신 혁신성장에 치중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혁신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가계소득을 늘리는 기반이 확충된다”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선후의 문제로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수출이 5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웃돌고, 신설 법인 수와 신규 벤처투자 등도 사상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며 ‘희망의 싹’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했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안정·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특별한 다른 경기 요인이 없다면 연말께 일자리 수 증가가 10만~15만개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실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갈등설도 진화하려 했다. 그는 “김 부총리의 말이 정확하다. 저는 스태프”라며 “(저는) 비서실에서 정책을 맡고 있고, 김 부총리는 정책 집행의 수장이니 의견이 다를 땐 토론하고 정책 선택을 이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완전히 의견이 같으면 오히려 더 위험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보수 야당은 청와대의 인식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독선과 아집의 승부수를 날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불장난” “망국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경제 현실 인식이 이렇다면 경제문제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없다”며 경제 참모 개편을 요구했다. 성연철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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