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정책발표 행사 뒤 네오펙트가 개발한 뇌졸중 환자 재활치료용 장갑을 시연해 보고 있다. 이 기기는 장갑의 다양한 센서를 통해 측정한 환자의 손동작을 재활 게임과 결합해 훈련을 할 수 있다. 성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가로막히지 않도록 의료기기 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체감하기에 미흡하다”며 지난달 27일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전격 취소한 뒤 첫 현장방문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의료,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부터 해소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규제 개혁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긴 행보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분당 서울대병원 헬스케어파크에서 열린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 행사에서 “의사의 진료와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가진 혁신기술을 의료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고 치유하는 데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전성이 확보된 의료기기는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의 벽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현장방문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정책기조 가운데 하나인 혁신성장을 강조한 행보로 해석된다. 또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을 택한 것은 규제 개혁의 상징성과 파급효과가 가장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매년 5%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일자리창출 효과도 다른 제조업에 비해 더 크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헬스케어 분야는 생명, 안전과 연관돼 규제가 매우 까다로운데 여기부터 과감하게 하면 다른 분야의 규제 개혁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별도 평가절차 마련 △체외진단기 인허가 단축 및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 △의료기기 인허가 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약속했다. 또 소아당뇨 환자인 아들을 위해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 측정이 가능한 국외 의료기기를 구입하고, 이를 주변 환우들에게 소개·판매한 혐의로 고발당했던 김미영씨와 아들 정소명(9)군을 만나 격려했다. 그는 소명군에게 기아타이거즈 양현종, 이범호 선수의 사인 글러브와 배트를 선물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밝힌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사전허용-사후규제) 방안에 대해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우려를 표시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 검사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따지는 것은 기업이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 방침은 이를 시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필요없는 규제라면 없애는 게 맞지만 정부는 규제 전체가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며 “이런 방식으로 산업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는지, 정책 변화로 누가 이익을 보는 것인지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연철 박현정 기자
syc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