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회의 내용 미흡, 3시간전 연기
“국민들 체감할 규제개혁 성과 필요
10번·20번 찾아가 문제 해결하라”
청 “경제부처에 분발 신호 보낸것”
수석 교체 이어 개각폭 확대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규제혁신토론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예정됐던 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회의 시작 3시간여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미뤘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논의될 내용을 미리 보고받은 뒤 “답답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 일자리·경제수석 교체에 이어 경제 부처 다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 3시부터 하려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는 연기됐다”며 “이낙연 총리가 ‘(부처들이) 준비를 하느라 고생했지만 이 정도 내용으로는 미흡하다’고 문 대통령께 연기를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월22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이후 후속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회의 자료를 사전에 검토해보니 내용 보강이 필요하고, 특히 집중 논의 안건인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금융위원회) △개인정보 규제개혁(행정안전부) 등 핵심 규제 2건에 대한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총리 보고를 받고 본인도 답답하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의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불러 회의를 한 뒤 오전 11시30분께 이 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는 이 총리를 비롯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정부 관료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등 8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의 전격적인 회의 연기는 경제 부처를 향해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혁신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속도를 굉장히 강조했다.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우선 (사업을)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추진하는 것에도 더욱 속도를 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일자리·경제수석을 전격 교체하면서도 추진력과 성과를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준비된 보고 내용 자체는 상당히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해 당사자들이 있어 갈등을 풀기 어려운 혁신, 규제 과제는 이해 당사자들을 10번이든 20번이든 찾아가 문제를 풀어야 되지 않겠느냐. 규제혁신을 가로막은 갈등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경제 부처에 좀 더 분발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의 정부 부처 ‘압박’이 개각의 폭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개각에 관해 여러 곳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인 것 같다”며 “청와대 경제라인의 두 수석을 동시에 교체한 걸로 미뤄 보면 ‘독하게’ 마음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 현재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한두개 부처를 더하는 정도로 점쳐졌던 개각 폭이 경제 관련 부처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권과 관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개각 대상으로 입길에 오른다. 여기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를 위해 사퇴한다면 개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감기 몸살 탓에 이날 오후 예정됐던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을 취소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21~24일)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 탓에 감기 몸살에 걸려 주치의가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라고 강력히 권했다”며 “목, 금요일(28~29일)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하고 관저에서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8일 예정됐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접견과 시도지사 당선자 만찬도 각각 취소, 연기됐다. 김 대변인은 “(규제혁신 점검회의) 취소는 문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이 총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해 연기한 것”이라고 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